나는 한결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유명한 노래 가사처럼, 내가 걷다 지치더라도 언제든 볼 수 있는 사람.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내가 가장 우선으로 여기고 존중하는 가치는, 상대를 알게 된 순간부터 변함없이 지속되는 그 사람만의 한결같음이다.
뭔가 거창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상대에 관계없이 우직하게 발현되는 그 사람만의 정체성을 목도하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는 통쾌함이 느껴지고 심지어 일종의 경외심까지 들 정도이다.
친하게 지내는 동갑내기 회사 선배가 있다. 처음 같은 팀이 되었을 때 헤어나 패션 스타일만 보고도 까다롭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맛부터 취향까지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내 또래에서 보기 드물게 본인의 까다로움에 확고한 인간이었고, 어디 가서 원만하다는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는 나조차도 그 선배에게는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저 까다롭기만 한 줄 알았는데, 지내다 보니 한결같기까지 했다. 상대가 누구든 상황이 어떻든 주어진 업무가 뭐든 간에, 매사에 대충 넘어가지 않고 자기 틀에 맞춰 깐깐한 본인만의 스타일로 해내는 것이 참 대단했다.
누군가는 피곤하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한결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나와는 잘 맞아 금방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그의 까다로움은 곧 세심함이나 치밀함으로 이어졌기에 업무적인 부분이든 업무 외적인 부분이든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한결같은 사람은 좋다’는 내 지론에 힘을 실어주는, 고맙고 매력적인, 회사에 몇 안 되는 믿을만한 사람.
지금은 팀이 달라져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가끔 입맛이 없거나 해장이 필요할 때면 가장 먼저 연락해서 여전히 한결같이 까다로운 입맛을 빌리는 중이다.
나 역시도 모두에게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의 상황이 어떻든 나는 그에게 처음과 끝이 같고, 앞과 뒤가 다르지 않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그것이 나의 한결같음이고, 내가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대한의 노력이다.
그곳에 있으리라 예상하고 돌아봤을 때, 역시나 그곳에 단단하게 서 있는 사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히 예상되지만, 그 한결같은 모습이 기대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