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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영 Jul 22. 2024

올림픽 금메달 따고 대령 계급장 단 코소보 여자들

코소보는 국가일까?

최근 스포츠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리는 나라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코소보입니다. 마일린다 켈멘디(Majlinda Kelmendi)라는 코소보 출신 여자 유도 선수가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 52㎏ 체급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작은 나라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코소보는 노라 자코바(Nora Gjakova)디스트리아 크라스니치(Distria Krasniqi)를 앞세워 여자 유도 체급(48㎏, 57㎏)에서 금메달을 가져옵니다. 노라 자코바와 디스트리아 크라스니치는 이번 파리 하계올림픽에서도 올림픽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을 노립니다. 그런데 코소보에 금메달을 안긴 명의 여장부(女丈夫)는 모두 알바니아 육군 대령 계급장달았습니다. 코소보 육군이 아니라 알바니아 육군 대령 계급장을 말입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다고 장군 바로 아래 고급장교 계급인 대령을 다는 것도 기이한데, 그것도 남의 나라 육군 대령이라니 우리네 정서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에 둘러싸인 내륙국입니다. 국토 면적은 1만 887㎢로 경기도와 크기가 비슷한 아주 작은 나라이지요. 국토의 4분의 3이 해발고도 500~1500m 사이 산지(山地)인데, 국경을 죄다 산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륙 평원 지대는 꽤 비옥한 편이라 곡물과 채소, 과일이 잘 자란다고 합니다.


코소보 지도. 내륙국인 코소보는 국경이 산으로 가로막혔다. (출처: Nations Online Project)


2011년에 마지막으로 시행된 인구 조사 때 집계된 인구가 174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인구가 많이 줄어들어 약 15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주민의 대부분(95.6%)이 무슬림이라고 하는데, 알바니아어를 말하는 알바니아계입니다. 하루 다섯 번 예배와 같은 신앙의 의무를 철저히 다하는 독실한 무슬림이라기보다는 이슬람에 문화적 소속감만 느끼는 명목상 무슬림인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왜 알바니아 육군이 코소보 여자 유도 선수들에게 대령 계급장을 달아줬는지 수수께끼가 여기서 좀 풀리네요. 알바니아공화국(Republic of Albania)은 올림픽 출전 50년 역사를 통틀어 아직 메달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코소보 사람들만의 금메달이 아니라 알바니아 민족이 딴 금메달이란 의미를 불어넣는 겁니다. 알바니아가 올림픽 메달 갈증이 정말 심하긴 심했나 봅니다. 암만 그래도 그렇지요. 엄연하게 따지면 남의 나라 사람인데, 대령 계급장을 그렇게 함부로 주면 되나요? 그래도 될 정도로 두 나라 사이가 가깝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파리에서 또 금메달을 따면, 이번에는 별을 달아줄까요?


코소보 주민의 대다수는 알바니아계다. (출처: Encyclopaedia Britannica)




인구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코소보 인구는 십여 년 만에 20만 명 이상, 비율로 따지면 무려 7%나 줄었습니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는 저출산, 인구 유출,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사망 등 여러 원인이 있을 텐데 2023년 기준 코소보의 출산율은 1.51명입니다. 출산율이 낮긴 하지만, 단기간에 인구 증발을 일으킬 만큼 낮은 수준은 아닙니다. 인구가 빠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저출산 말고 따로 있는 게 분명합니다.


사실 코소보는 국가로서 지위가 아직 불안정한 나라입니다. 2008년 2월 17일, 코소보 의회가 새 나라의 탄생을 엄숙하게 선언하면서 코소보가 국제무대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새 나라의 출발은 순조롭지 않습니다. 곧바로 국제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데, 코소보의 독립 선언이 세르비아공화국(Republic of Serbia)으로부터 분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 영토 일부분이지만 주민 다수가 알바니아계입니다. 그리고 서남쪽 국경 너머에는 알바니아인들이 세운 나라인 알바니아공화국이 있지요. 코소보 독립 선언 후 세르비아계 코소보 주민들이 알바니아계 정치인들의 지배를 받느니 떠나겠다며 고향을 등지고 세르비아로 대거 이주하면서 코소보의 인구가 줄어들었습니다.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약 100여 개다. (출처: Political Geography Now)



세르비아 정부는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일방적인 코소보 독립 결정이 자국의 영토보전을 해친다고 비난하면서 코소보의 독립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땅덩어리가 떨어져 나간다는데 선뜻 반길 리가 없겠지요. 충분히 이해됩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세르비아의 편에 서서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임이사국이지요. 그래서 이들의 거부 의사 표명에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코소보의 유엔 가입을 가로막을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100여 개의 나라가 코소보를 나라로 인정한 상태인데, 바꿔 말하면 지구상 국가의 약 절반가량은 코소보를 아직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소리입니다.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내부의 적(敵), 무장 단체들과 싸우느라 골머리를 앓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나라는 코소보의 독립이 꺼림칙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이들이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했다가는 자가당착에 빠질 위험이 있지요. G7에 포함된 서방 진영 국가 모두가 한 달 안에 코소보의 독립을 빠르게 승인했으나, 바스크 및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과 분쟁을 겪는 스페인은 여기서 빠졌습니다. 한편,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보다 열흘 늦은 2008년 3월 28일에 코소보를 승인합니다. 그러나 일본과는 달리, 코소보와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단계로는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자유 진영의 코소보 국가 승인 움직임에 동참하되 세르비아와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실리를 찾는 외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코소보는 시리아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두 개밖에 없는 미수교국으로 남습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듭니다. 코소보는 과연 국가일까요? 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 선언은 합법적일까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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