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흔적 남기기 - 너의 자국

일상의 자국

나의 눈물은 너의 범위에 달려있다.


아침부터 아내의 이야기를 듣는다. 길어질려나 슬쩍 신경을 돌리려다가 그만 울컥했다. 다만 누워있었기 때문에 오른 팔뚝으로 눈을 가릴 수 있었다. 분노가 아닌 넋두리가 되어버린 아내의 말투가 더 잔향이 남는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낸 사건에 대해서, 휴직 중이나 교사인 아내는 동료 교사가 생을 달리했다는 그 일에 대해서 크게 분노하지 않았다. 나는 부르르 했다. 아직 나의 감정이 덜 단련됐거나 혹은 아내만큼의 아픔을 덜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카카오톡 프로필을 근조로 바꿨던 교사에게 부모가 연락을 해서 프로필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 갑작스럽게 방학 전에 교사 연수를 잡아 은연중에 조퇴해서라도 사건이 발생한 학교 앞에서 애도하려는 동료의 발걸음을 제지하려는 것, 그리고 기사에서 어떤 힘의 행사가 있던 것, 게다가 교사들끼리라도 다독여주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 이것들에 대해서 늘어 놓는다. 그다지 힘을 주지 않는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지막 수단이고, 해당 학교에 다녔던 친한 선배 교사에게 바로 사건에 대해서 묻지 않는 것이 마지막 배려임도 알고 있다.


임용 후 잠시 기간제를 할 때 만났던 아내, 신입 교사시절부터 나는 물론 아내에게 잘 보이려 했지만 미아사거리 24시간 개장하는 맥도날드에서 늦게까지 영어시험지를 채점하는 것을 거들었고, 혁신학교에서 밤11시까지 야근하는 아내를 차가 없어서 미안한 맘에 꼭 택시타고 오라고 했었다. 무엇이든 기타 등등의 일을 완수하려다보니 마음도 많이 아팠고, 그다지 힘이 못되는 나는, '교직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아내의 헛웃음에 동조하는 방식을 취했다.


언제부터인지 너로 인해 울 수 있는 기회를 제거하고 있다. 대형 참사를 그저 막고 애도를 불가능하게 하는 거대 권력의 현상, 그것이 전염되어 아이들이 결국 겪어야할 상실의 아픔을 그저 프로필 하나 제거함으로써 가닿지 않도록 하는 미세 권력의 현상은 멀면 강도가 약해지고, 가까우면 강도가 세져, 그 크기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너를 제거하면 나는 사라진다. 나의 마지막 물꼬는 바로 그 너의 자국 앞에서 우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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