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흔적 - 비의 행복

일상의 자국

세 살 아이와 손 잡고 반찬거리를 사러 나서는데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다. 현관에서 바로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좀 지나서 비가 잦아드는 것 같아서 창 밖을 보니 우산을 접은 사람들이 많았다. 장바구니를 들고 아이 손을 잡고 나섰다. 혹시 몰라 우산을 챙겼는데, 다시 바깥으로 나가려니 비가 내렸다. 몬순의 계절로 바뀌어버린 지금, 나는 기쁘게 아이를 안았다. 한 손으로 아이 엉덩이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우산을 들었다. 아이는 비에 맞지 않도록 했다. 아이는 한쪽 손은 나의 목을 감싸고, 한쪽 손으로는 그 나이에 맞게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며 빗방울을 만지려고 했다.


건널목에 한 사람이 걷는다. 비 오는데 가장 행복한 이인 것 같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에 젖어도 좋은 슬리퍼를 신고 두 손에 우산이 두 개 들려있다. 하나는 자기를 위해서 하나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비 올 때 마중을 간다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건널목의 아스팔트와 흰색 물감이 교차하는 얼룩의 시기, 울컥함이 몰려왔다. 반바지 입은 사내의 발걸음 속에서 어쩌면 내가 받았을 우산을 가지고 신나게 걸었을 가족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남 모를 시큰함에 기대고 있을 때, 아이가 젖지 않게 아이를 꼭 안고 우산 하나로 잘 버티어 갔다. 다행히 빗줄기는 세찼지만 바람이 세지 않았다. 이런저런 음식거리를 사고 돌아오는 길, 우산 하나로 내가 행복할 시기가 오늘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아이는 지금의 기억을 하지 못하겠지만 아이의 몸에는 숨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마트의 지하계단을 내려가는데 아이가 계단이 높다며 안아달라고 한다. 아이의 뾰로통한 표정에서 나의 기억나지 않는 옛날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얼마나 많은 순간을 안기고 시큰거림을 주었던가, 우산 하나에서 아이의 몸 전체가 나의 상체와 만나는 시간, 나는 앞을 보고 걷고 아이는 머리를 맞대고 안겨서 내가 지나간 길을 보고 가끔 손을 뻗어 한 번도 같지 않은 물줄기를 만진다.


눈물이 오직 슬픔이었다면 누군가는 마르기를 기대하겠지만, 때론 눈물은 눈물겹기 때문에 다시금 욕망하게 된다. 선명한 오늘의 자국을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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