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세사는 유산소 러버
수영 초급반 4달째, 초급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벗어나지 못하기보다는 제자리 걸음이다. 나보다 늦게 들어온 분들의 절반이 저 멀리서 물갈퀴를 들고 중급반을 듣고 있다. 살려고 아등바등거리는 40대 중년 남성들이 처음 수영을 배우기가 어렵고 몸에 그렇게 힘을 준다는데, 연령 평균을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겠다 싶다. 자유형을 한지 두 달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커다란 킥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보다 먼저 오셔서 겸손히 뒷자리를 지키고 있는 4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은 이제 킥판을 벗어나 땅콩 모양 부표인 레그 플레이트를 하고 있다. 그도 나를 앞서고 있다. 어서 그가 자유형의 굴레를 벗어나길 바란다.
여드름이 듬성듬성난 초급반 선수들이 어느새 팔을 쭉 뻗고, 유연하게 발차기를 하면서 자유형에서 배영, 그리고 평영, 접영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 그들이 나보다 먼저 유영하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어떤 것이 문제일까. 왜 그것을 고치지 못하고 반복하는 것일까.
"선생님, 아직도 달라진게 없나요?"
"네, 그대로세요. 자유형 왼팔 더 높이 올려주시고, 호흡 타이밍을 잘 잡으셔야 해요"
몇 주째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키판을 잡고 출발 신호를 듣는다. 몸을 죽 펴고, 소위 스트림 라인을 잡는다. 발차기를 몇 번 하다가 몸을 돌리면서 왼 어깨를 열고 왼팔을 몸 뒤로 편다. 코로 숨을 조금 쉰다. 왼팔이 물을 잡아채면서 어깨가 닫힌다. 오른 어깨가 열리면서 고개가 수면위로 향한다. 코로 숨을 조금 쉬다가 바깥에서 입으로 '합'하며 숨을 들이마시면서 오른 팔로 물을 잡아채고 다시금 오른손을 물 속에 넣는다. 다시 왼 어깨가 열리고 왼팔을 몸 뒤로 편다. 이 동작을 반복한다.
어설프게 말로는 쓸 수 있겠는데, 그것도 맞는지 모르겠다. 미세하게 어떤 것이 틀렸는지 모르겠다. 왜 그리 몸은 가라 앉는지. 왼팔이 몸 수직으로 가지 못하고, 몸 옆으로 간다고 한다. 왼쪽 어깨가 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이드로 발차기를 하면서 몸을 허리까지 젖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른 어깨는 숨을 쉬려고 오개를 돌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돌아간다니,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호흡 타이밍도 여전히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제대로 호흡하기 전에 어깨가 돌아가다보니 수면위로 입이 올라오지 못할 때도 많다. 수영 선생님이 '출발'하는 첫 신호에는 호흡을 참거나 발을 바닥에 닿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조금만 멀어져도 시작점과 반대지점까지 갈때 한 두번만 호흡하고 바로 바닥에 발을 댄다.
팔돌리기나 발차기에 힘을 주지 않고 천천히 해야한다는데 지금 나에게는 필요없는 일인가도 싶다. 길게 가지도 못하는데, 일단 생존력을 믿고 힘차게 팔을 뻗고 발차기를 해야되는가. 금세 가라앉아버리는 이 몸은 언제쯤 익숙해질까. 인간의 마음과 몸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이전에 생각과 행동과 지금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말로 설명하는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수영에서 고되게 당하고 있다.
게다가 수영장이 한 달 동안 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아 지금 4개월이 괴로웠는데도 한 달 동안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열등생이 학교가 쉰다니까 괜히 마음이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