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산업인류학연구소 박준영
Jan 02. 2024
달리기 13개월째, 그러고 보니 수영 3개월 째이다. 새해 첫날과 그다음 날 달리기와 수영을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아침 유산소 콤보는 달리기와 수영이다. 달리기는 8km 전후를 달리고, 수영 초급반을 나간다. 달리기는 스트레칭을 포함해서 4시 20분에 시작해서 5시 30분까지 한다. 땀난 상태에서 스트레칭을 마치고 수영도구를 가지고 수영장에 간다.
달리기가 숨을 얼마나 더 내 쉴 수 있는가를 감당한다면, 초급자에게 수영은 숨을 얼마나 조절할 수 있는가를 뜻한다. 호흡, 곧 내쉬는 호, 들이쉬는 흡의 조화이다. 이를 통해 몸은 물리적 몸을 넘어선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수많은 숨구멍 중에서 입이 막혔을 때 지상의 양식이 끝남을 체험하는 것과 같다. 달리기의 막판 스퍼트 때, 내 모든 숨을 다 쉬더라도 동작을 이어나갈 만큼 되지 않은 것 같아, 몸의 양식이 끝남을 함축한다.
달리기에서 심박수를 체크하면서 몸의 근육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를 점점 적응시켜 가고, 역치값을 올린다고 본다면, 호흡의 최대치 계속 늘려가는 일이다. 수영은 여전히 헐떡 거리고 있지만 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적정량의 호흡을 통해서 잠영을 하지 않는다면, 호흡의 평균치를 유지하는 일이다.
숨 쉬는 일, 그만큼 자연스러우면서 귀찮은 일이 없지만, 달리기와 수영을 통해, 몸의 자극은 벌어진다. 달리기에서 가빠오는 숨은 중력을 타고 모든 근육에 펼쳐진다. 이 수직적인 힘은 근육이 계속 만들어지지 않으면 피로가 쌓인다. 이 쌓인 것들이 사라지지 않으면 염증이 생긴다. 한 차례 무릎에 무리가 생긴 지금, 그럼에도 달리기를 쉴 수 없는 또 다른 현재, 잊지 말고 스트레칭을 하고 달려간다.
도대체 언제쯤 수영에 소위 숨이 터질 수 있을까. 나는 자유형의 동작을 배우는 중이다. 발차기를 마치고 처음 들어간 자유형만 1달이 넘어간다. 몸은 여전히 수면보다는 수중에 들어가 있다. 그 속박은 여간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발차기를 하다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상태에서 어깨를 회전하며 왼팔을 돌린다. 오른팔을 앞으로 민다. 옆으로 수영을 하며 다시 몸을 반대편으로 회전한다. 이때 숨을 쉬어야 한다.
강사님의 말로는 내가 살려고 아등바등 애를 쓰는 것인지 숨을 쉬려고 오른팔을 휘젓는 타이밍이 숨 타이밍보다 빠르다고 한다. 말하자면 오른팔을 휘젓기 전에 몸을 돌리면서 고개를 살짝 올려 코로 내쉬던 숨을 바꿔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한다. 어디서 도달한 두려움과 잘못된 버릇인지 그것이 잘되지 않는다. 물방개처럼 옆으로 유영하는 것 같고, 몇 번 숨을 쉬고 가다가 레일의 절반정도를 가면 숨이 막혀서 몸이 발딱 일어나 바닥에 발이 닿게 된다. 정말 수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하는 그 순간, 그 순간을 넘어서야 한다.
다행히 초급반에는 수많은 호흡 부적응자들이 있다. 주로 중년의 남자들이 많다고 한다. 살려고 아등바등거리면서도 힘을 주는 그 꼴사나움이 아련하게 나오는 수변의 난. 그 어려움은 단칼에 벨 수도, 한 번의 협상으로도, 혹은 뇌물로도 불가능한 몸의 영역이다. 나보다 먼저 온 중년의 사내가 나보다 조금만 앞서 있는 것에 상당한 안도감을 느끼고, 나보다 늦게 온 중년에게 남모를 우월감을 느낀다. 그가 사력을 다해 발차기를 하는 모습에서 가끔 그의 등에 수영 보조판이 닿는 느낌을 느끼며 충만함을 느낀다. 그토록 애처로운 물속의 대장정은 언제 끝날 것인가.
1/4분기 안에 초급반을 통과하고 싶다. 홍제 스포렉스는 밝게 불이 들어오지만 그만큼 나의 자유형은 긴 터널 속에 있다. 호흡 한번 하자. 언젠가 자유수영에 가는 나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