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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주] 수영은 힘을 빼라는데 그러면..

서울에서 전세 사는 유산소 러버

 감기가 걸린 일주일여, 달리기로 시작해 수영으로 끝을 냈다. 매일 달리기와 한 번도 빠지지 않는 수영이 아니라, 긴 기간 동안 달리기 고작 한 두 번과 수영 딱 한 번만 했다는 것이다. 시작은 절대로 반이 될 수 없고, 물 반컵은 반 컵이나 반 밖에라는 마음 가짐으로든 절대로 충만이 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일주일간 수영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슬램덩크 강백호가 선수 3개월 만에 급성장했다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장면처럼 장엄하고 안타깝지도 않았다. 이제 2개월이 넘어가는 수영 초급반, 여전히 나는 자유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코로 물을 마시는 것보다 수영 코치님에게 같은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 내가 더 속상했고,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중꺾마는 중년에게는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 일주일, 한 번도 수영을 배우지 않았던 것처럼 금세 잊혀버렸고 나머지 공부처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유형 호흡법, 발차기, 팔 돌리기, 몸통 회전하기 등등이 우선 추천되던 것도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감기는 생각보다 심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조금 다리가 아픈 상태에서 그래도 8km를 달리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몸이 무겁고 허리는 어딘가 맞은 것 같은 통증이 있었지만, 무릎 스트레칭을 하고 달리기 전 준비운동을 해서 몸을 이끌고 나갔다. 초기 킬로당 7분 정도로 천천히 뛰면서 몸을 가늠해보고 싶었다. 무릎이 성치 않은 상태라서 근육운동도 병행해야 했고, 예전처럼 킬로당 5분 아래로 뛰려고 안간힘 쓰고 다리에 토크를 가하고 팔에 회전을 가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초기에는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6분대로 복귀하기 위해 살짝 힘을 가했다. 조금 불안한 경향도 있었지만, 이제 반가운 반환점을 돌고 나서 8km를 뛸 수 있었다. 복귀하고 무릎 스트레칭을 한 뒤 샤워하고 잠이 들었다. 감기 따위는 괜찮겠거니 했으나, 왠 걸 머리가 아프고 몸살이 여전히 심했다. 


  일요일 아내가 당근 거래를 하겠다면서 바래다 달라해서 차를 끌고 홍제 인근의 아현 쪽으로 운전했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스타필드에 물고기 카페 - 어항이 있는 카페 - 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도저히 머리가 아파서 못 가겠다며 아내와 아이를 지하철 역 앞에 내려다 줬다. 집에 와서 한숨 자다가 일어났지만 여전한 통증과 어지러움에 응급실로 향했다. 나는 코로나 양성이 한 번도 없었는데, 드디어 양성에 걸렸다. 혹여 몰라 마스크를 쓰고 다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코로나가 이 정도로 아픈 것인가 싶었다. 당연히 수영은 쉬어야 했다. 숙취를 해소하듯이 달렸던 달리기에도 감기는 쉽게 떨어나가지 못했다. 


 모든 스케줄을 미룬 채 며칠이 지나갔다. 잠을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했다. 약 처방을 받고 나서 약을 먹었는데, 오한과 통증은 발병 3일이 지난 뒤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약 기운 때문인지 사라졌지만, 기침은 끊이지 않는다. 가래와 콧물은 상당하다. 특이한 점은 며칠 심장 주변에 부담감을 느꼈다. 호흡하기 조금 꺼려지는 그런 불편감 있지 않은가, 바로 그러한 느낌이 며칠 불편했다. 다시금 살아나서 종지부를 찍으려는 8일 뒤의 새벽, 오늘 월요일 아침이었다. 여전히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며 집안일, 돌봄을 하지 않는다는 가족의 불만이 있었다. 


 수영을 배우는 월에서 목까지 가장 이상적인 코스는 역시 달리기 1시간 이후 곧바로 수영 강습을 하는 코스이다. 새벽 4시 정도에 일어나 스트레칭하고, 한 시간 뛰고 간단히 스트레칭 한 뒤에 5시 45분 정도에 달리기 복장에 외투만 걸친 채 수영강습을 받으러 간다. 그렇게 7시에 샤워까지 마치면 최적이다. 오늘 그것을 노렸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일단 무릎 스트레칭부터 하고 잠시 잠이 들었더니 5시 46분이다. 이런, 수영마저 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만의 위태로움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수영장으로 떠났다. 


 내가 움직이지 못하면 국물도 없다. 내 몸 말고는 어떤 자본도 없으며 누구도 나에게 무엇을 약속하지 않았지만 나와의 약속마저 져버리면 근본부터 무너지게 된다. 


 그래도 마음먹기로 세상일이 해결됐다면 이미 나는 수영하다 지칠 정도의 실력일 게다. 여전히 일주일 만에 온 수영장은 나에게 냉정했다. 대체 언제쯤 나는 수영장 바닥에 내 발지문을 찍지 않게 되는 것일까. 오늘도 코치님이 자유형 할 때 왼쪽으로는 숨을 쉬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팔을 더 세우라고 한다. 할 때마다 뭐라 하지 않지만 뭐라 할 건더기가 너무 많다. 그래도 오늘, 내가 몸을 회전하면서 사이드 발차기를 잘하지 못한다는 점과 여전히 호흡을 잘 뱉지도 흡입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발은 언제 닿지 않을 수 있을까. 


 달리기: 6.04km, 7:20분/km

 수영 : 1주일 모두 결석, 월요일 출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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