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t_Daily Report
동네 맛있는 국물 떡볶이집 신참 떡볶이에 들어갔다. 아내는 미리 저녁 요기를 한 상태라 신참 떡볶이의 3단계 맛 중에서 가장 매운맛을 선택해서 먹어봤다. 보니까 기본 떡볶이 국물에 매운 양념을 한 스푼 넣으냐 두 스푼 넣느냐에 따라서 매운맛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처음 먹어본 가장 매운맛 떡볶이는 역시 매웠다. 매운 음식을 그리 즐겨하지 않아서 코에 땀이 나고 얼얼해졌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아버지는 청양고추를 된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는 것을 즐겨했다. 외국에 나갈 때도 식사용으로 청양고추를 싸오신 어머니를 봤을 때 정성 혹은 굳이 그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운맛은 맛을 느끼기보다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듣기도 했다. 매운맛을 견디는 장면은 기네스북에서 멕시코산 고추를 먹는 기록부터 매운 짬뽕 먹방 유튜브까지 긴 역사를 담당했다. 그 자극은 강렬하고 사람들은 거울 뉴런의 효과인지, 과거 경험을 끄집어 올린 것인지 같은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다.
주말에는 조용히 강남의 미분당에 갔다. 미분당의 미분(쌀분말)이 중국어로 쌀국수라고 한다. 쌀국수 파는 집이다. 그곳 메뉴는 차돌박이 쌀국수, 양지 쌀국수, 섞은 쌀국수 기타 사이드 메뉴가 있다. 단순하다. 그리고 유명세에 비해 값이 저렴했다. 사람이 많아서 엄두도 못 냈었는데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인상적이게 혹은 이번 코로나와 어울리게, 조용히 음식을 즐기시라는 점장의 목표가 있다. 말을 조용히 해달라는 문구가 테이블에 붙어있다. 이 곳의 구조는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해서 가게에 들어가면 주인장이 홀 가운데서 쌀국수를 만들고 그 둘러서 긴 테이블이 있다. 아마도 속어로 '다찌'로 만들어진 테이블인데 약간의 둔턱이 있어 음식을 주고받기 편리하게 되어있다.
아내는 차돌박이 쌀국수를 나는 양지/차돌박이 쌀국수를 주문하고 가리비 짜조와 감자말이 새우를 시켰다. 음, 맛이 좋다. 국물을 모두 마실 정도로 괜찮다. 다른 손님이 와서 쌀국수 주문표를 내놓는다. 그리고 "여기 고수 많이 주세요."라고 말한다. 고수는 보통 아열대에서 열대지방에서 주로 첨가되는 향신료이다. 외국에서는 영어로 코린토스, 혹은 스페인어로 실란트로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것을 아는 이유는 여행을 갈 때마다 처음에는 sin 실란트로 - 스페인어로 고수 없이 - 혹은 without 코린토 - 영어로 고수 없이 - 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랜 여행을 하다 보면 절대로 고수를 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대파를 썰어 넣고 마늘을 넣고 젓갈에 감칠맛 있다고 느끼듯이, 그곳에서 고수는 뼛속 깊이 들어가 있다. 아마도 글로벌화가 되면서 늘어난 각 로컬 음식들의 세계화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향신료였을 것이다. 자신 있게 고수 많이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에 혹은 어떤 경험을 통해서 그 맛을 자기화하며 맛있다고 정의한다. 나는 맛있게 까지는 아니어도 고수를 굳이 빼고 먹지는 않는다. 오랜 여행의 결괏값이기도 하다. 매운맛처럼 생겨버린 새로운 향신료에 대한 호응은 김치를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또한 모두가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선호의 개인화를 봤을 때 당연한 귀결이다.
두 번의 바깥 음식은 역시 집밥을 부른다. 오랜만에 흰쌀밥을 했다. 흰쌀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상관없이 흰쌀밥은 보기 좋다. 그리고 잡곡은 오래 불려야 하기 때문에 급히 따뜻한 집밥이 먹고 싶을 때 흰쌀밥은 위력이 더 세진다. 쌀뜨물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1) 앞다리살 불고기 거리가 남아있어서 쌀뜨물에 고기를 넣고 끓인다.
2) 고기 기름이 충분히 나왔을 때 김장김치를 넣고 끓인다.
3) 국간장 두 큰 술, 고춧가루 큰 술, 설탕 두 큰 술 등을 넣고 간을 본다. 김치 국물 맛에 따라서 간을 더 추가한다.
4) 대파와 고추, 두부를 넣고 그릇에 담아낸다.
아삭이 고추가 싸게 팔길래 며칠 전에 사놨는데 급히 먹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아삭이 고추 무침이다. 원래 된장+고춧가루 섞은 조합을 하려다가 어머니가 주신 쌈장이 맛이 좋아서, 쌈장 + 간 마늘 + 참기름 + 깨소금으로 마감했다. 맛없을 수가 없다. 그리고 지난주에 담가놓은 새우장에서 머리와 껍질을 떼고 놓았다. 새우장은 꺼낼수록 족족 먹기 때문에 마스크처럼 배급이 필요하다. 식사당 두 개씩으로 정했다. 어머니가 주신 시금치와 김치찌개 남은 김치를 꺼냈다. 밥을 먹고 마음이 편해진다.
자극이 강한 음식, 외국 음식이 새로운 맛의 발견일 수 있으나 몸의 긴장일 가능성이 있다. 인간에게 들어오는 정보량에 비해서 인간이 실제 받아들이고 심각하게 고려하는 정보의 양과 절차는 상당히 단순하려고 한다. 그 용어를 보통 "휴리스틱스"라고 한다. 마트에 라면이 50종류 있으면 인간은 안 사게 된다. 그중에서 몇 가지 정도만 반복해서 구매하며 자기 구매 논리의 합리화를 진행한다. 그래야 한정된 뇌 용량이 과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밥, 익숙하다. 익숙함이 가져오는 휴식은 단순히 기분 탓 만이 아니다. 인간은 자극과 환경에 이겨내서 생존한 것이 아니라 자극 와 환경에 순응한 결괏값, 그것에 빠르게 반응한 결괏값으로 생존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집밥, 영어에 그런 표현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집밥은 두 음절, 아주 꽉 차게 입안에서 머금으며 생각을 멈출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