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잇문학Eat

[잇문학]손길과 온기에 대하여

Eat&It_Daily Report

점심에 회사 근처 중국집에 갔다. 허름한 간판에 2층에 좁은 식당. 상호는 여관과 다를 바 없이 [대흥장]이다. 보통 줄 서 먹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는 이곳에서 식사도 가능하게 해 줬다. 오늘은 추천 메뉴인 쇠고기 짬뽕을 시켰다. 차돌박이의 양부터 야채의 싱싱함, 매콤한 불맛이 일품이었다. 어떤 광고도 없이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있는 집이다. 3명 이상이 오면 군만두를 인당 하나씩 서비스를 주는데, 그것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이니, 다른 맛있는 중국집도 있지만 이곳은 참 맛이 좋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손길을 지나갔느냐가 맛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1585467420998.jpg


후식으로 Lounge X라는 커피숍에 갔다. 이곳은 특이하게 로봇이 드립 커피를 만든다. 로봇이 주전자에 물을 붓고 드립을 한다. 커피를 넣은 다음에 물을 붓는데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다. 드립 커피를 할 때 초반에 물을 커피만큼 붓고 나서 조금 기다린 다음에 물줄기가 원을 그리며 드립을 진행하는데 그것을 그대로 지킨다. 맛도 훌륭했다. 편차가 없는 맛, 원두의 종류, 물의 온도, 거름종이, 붓는 속도 모두 이상적인 방식을 택했을 것이다. 로봇 동작을 위해 프로그래밍을 했던 손길을 비롯해서 실수하지는 않을까 - 버그가 있지 않을까 - 고민하는 눈초리가 그 맛에 도움이 될는지 의문이다.


SE-cf7de778-9ffd-4639-a863-cfc200a6304e.jpg


요즈음 졸업과 입학 의례가 모두 취소되어 꽃 가격이 폭락했다고 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역삼역 가기 전 길거리에서 꽃 한 종류를 3천 원에 팔고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옅은 노랑 장미와 분홍색 장미를 사고 스타티스라는 연보라색 꽃을 샀다. 모두 해서 9천 원이다. 집까지 들고 오면서 향기에 취하기도 했는데, 그 조화가 아주 아름다웠다. 아내에게 가져다주었다. 잠깐의 짬을 낸 행복은 이렇게 다가오는가 싶다.

1585467423269.jpg


봄은 왔지만 봄을 느끼기 어려운 지금, 모든 의례는 취소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봄이 와서 온도가 조금 올라간다 싶을 때 슬픈 소식이 들려온다. 소중한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꽃이 행복을 의미한다면 어떤 꽃은 애도를 위해 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고 어머니가 주신 반찬으로 요기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렸고 친한 형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덤덤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음성에 말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있음을 알게 된다.


오후에 방문을 했다. 고요한 장례식장, 코로나로 장례식장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의 입출입 기록을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큰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곳에서 장례식과 같은 경조사에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할 것을 공지했다고 한다. 가족과 일부 지인들만 애도에 참석을 한다.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맞절을 하고 빈소를 나온다. 빈소 건너편에 바로 밥을 제공한다. 죽음 앞에 있는 생의 부박함은 빈소 옆에 밥이다. 아프셨던 고인은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보다 집에서 몸 관리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고 집으로 모셨다고 한다. 혈색이 좋아지시고 식사도 잘 드셔서 봄을 맞아 건강을 회복하실까 은근한 기대도 가졌었는데 며칠 새 갑자기 악화되셔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위로할 수 있는 것은 가족들과 다 인사할 수 있었던 것, 집에서 편안하게 돌아가셨다는 점이다.


인간의 두려움은 타인의 죽음에서 발견된다. 나의 죽음은 머리로 떠올릴 수 있으나 경험할 수 없다. 제삼자의 죽음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에서 죽음은 이미지와 숫자로 지나쳐간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것은 당신과 너의 죽음이다. 그 앞에서 인간은 세계의 단절과 세계보다 더 큰 한 인간과의 끝나지 않는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삶 앞에 있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애도의 방식은 삶의 영역에서 필수적인 먹을 것을 차리는 제사상이나 삶의 영역에서 애도와 명복의 언어로 생각되는 의례와 종교적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그 알 수 없는 상태에 대한 한계를 직감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다. 한 신체의 온기가 다 가기 전에 손을 꼭 잡는 일이며 온기가 다한 신체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일이며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은 일이기도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잇문학] 자극과 순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