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육아일기] 자장가 "걷고 싶다"
결혼 12년 차 육아 0년 차
by 산업인류학연구소 박준영 Mar 18. 2021
아이를 만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아이를 안으면 무게감이 느껴진다. 기저귀를 갈려고 해도 다리를 이리저리 뻗으면서 힘을 낸다. 기저귀를 갈 때 아이가 길게 기지개를 켜면 어느새 큰 것 같다. 목에 힘이 없어서 내 몸에 목을 잘 기대고 있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목의 힘도 생긴 것 같다. 입으로는 예전에 내지 않던 소리로 내는 것 같다. 모빌에 눈을 맞춘다. 초점이 생긴 것같다. 검갈색 눈동자 가운데 까만 눈동자가 생겼다. 2시간 이하이던 수유시간의 간격이 조금 더 길어졌다.
어제 아이는 저녁 10시에서 새벽 2시 30분까지 계속 잠을 잤다. 아내는 안방에서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나는 아이를 역류방지 쿠션 - 젖을 먹인 뒤에 젖을 게워내지 않도록 도와주는 경사가 있어 아이를 눕히기 좋은 쿠션 - 에 놓았다가 아이를 안고 거실 벽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입에서 오르내리는 노래 조용필의 "걷고 싶다"를 흥얼거렸다.
걷고 싶다 - 조용필
이런 날이 있지 물 흐르듯 살다가
행복이 살에 닿은 듯이 선명한 밤
내 곁에 있구나 네가 나의 빛이구나
멀리도 와주었다 나의 사랑아
이 노래의 초반부다.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생각나서 조용히 부르던 노래인데, 오늘도 거실 벽에 기대고 앉아 불렀다. 작사가나 가수가 어떤 장면을 떠올리면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아이를 안고 있는 내 모습하고 비슷했다. 낯이 얇아 통상의 자장가도 잘 못 부르겠고, 아이들이 잘 듣는다는 하이톤의 목소리도 낼 수 없었지만 마음이야 숨길 수 없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지금이 '행복'이라고 굳이 말할 수는 없지만 결혼하고 오랜만에 찾아온 큰 변화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살의 감촉으로 찾아온다. 아이는 통상의 성인보다 체온이 높다 보니 아이를 안고 있으면 아이가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다.
난 널 안고 울었지만
넌 나를 품은 채로 웃었네
오늘 같은 밤엔
전부 놓고 모두 내려놓고서
너와 걷고 싶다
... 보드라운 니 손을 품에 넣고서
노래의 전개와 후렴구다. 나와 너는 아이와 아빠 사이를 자주 바꿔 흐른다. 아이가 날 안고서 울어재낄 수도 있다. 아이의 모습을 보고 내가 마음속으로 울 수도 있다. 아이가 울면 나는 화가 나기보다 어떤 이유인지 궁금해진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 커지고 아이가 화를 치밀어 오르게도 하겠지만 지금 아이는 온전히 나에게 기대어 있다. 품 안에서 금세 잠들기도 하고 잠들려 하다가도 온갖 표정을 찌푸려가며 울기도 한다. 아이가 불안함에 양손을 움켜쥐고 있다가도 내 손가락 하나가 들어가면 주먹 쥔 것을 푼다. 내가 아이의 손에 담겨 있는 것도 같다.
다시금 한 곡 반복으로 "걷고 싶다"를 듣는다.
조용필 뮤직비디오에 아이와 아버지가 나오는 구나
https://youtu.be/kumMqZaEZ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