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육아일기]아이의 성장과 비교의 멈춤

결혼 12년 차 육아 70일 차

아내는 어제 병원에서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한뒤에 내가 늦게 들어와서 샤워를 못하다가 오늘 편안하게 샤워를 한다. 매트 위에서 아이를 안고 거실 벽에 기대어 앉았다. 안기에 편안한 무게이다. 조금 칭얼거리더니 아이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잠이 들었다. 아이의 얼굴이 편해 보여 무리가 되더라도 아이를 안고 싶었다. 한 시간 지나 팔이 뻐근해진다. 예방 접종하러 간 병원에서 왼쪽으로 뉘어야 두상이 더 예쁠 것 같다고 했다. 아이 얼굴을 보고 안으려면 오른팔에 기대야 한다. 아이를 안고 조금씩 늘어가는 근육도 언젠가는 힘에 붙이겠지만 아이의 무게는 편안하게 안을 수 있을 정도다.

병원에서 아이의 체중과 몸무게를 쟀다. 100명 중에 25등 정도라고 한다. 나와 아내의 신체는 그 시절 평균 키와 몸무게 정도이다. 난 어릴 때 상당히 작았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반에서 제일 작고 여자아이들보다 작아서 선생님에게 다시 키를 재달라고 했다가 역시 작게 나와 울어버린 적이 있다. 키에 대한 불만은 다행히 중고등학교 때 남들만큼 크면서 조금씩 사라지긴 했지만 작은 키에 농구를 하며 리바운드를 잡으려고 애를 쓰던 기억이 남아있다. 처음 예방접종하려고 병원에 갔을 때 아이의 체중이 특히 덜 나가서 모유 말고 분유를 먹여야 되는 것은 아닌지 전문의가 조언하기도 했다. 큰 것에 대한 만족과 평균에 이르려는 노력, 그것은 사회의 기본이면서도 삶의 개별성을 흔들리게 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단지 신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거나 장군감이 되어야 한다는 성별 맞춤형 이상향에 대한 강조와 강화는 신체와 연결된 마음의 문제를 재단한다. 중산층이 한국 사회의 어떠한 경제적 기준을 맞춰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되면서도 누구도 그러한 기준에 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평균'이 가진 오류는 사회가 정규분포가 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 아래 만들어져 한 인간을 사회의 잣대에 맞추는 결과를 나타낸다. 2차 대전이 종식되고 처음으로 제시된 국민 계정과 GDP의 개념은 사회와 국가의 부를 경제적 단위로 측정하면서 줄을 세우게 되었고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구별 짓기 하는데 활용되었다. 원래 GDP는 미국의 경제대공황 이후에 사회 구성원이 어떠한 경제적 수준을 갖추고 있으며, 국가는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수적 지표로 태동했으나, 이제는 국가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근대적 지표는 삶에서 결코 분리되지 않으며 그것에 저항하거나 그것에 순응하는 자기 참조적 체계로 역할을 한다.


아이의 25등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 사회 아이들의 체중과 신장에 대한 통계적 결과물이다. 근대적 기술의 발달로 신체의 근육량에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안전한 삶으로서 신체에 대한 열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크고 강함, 날씬해야 함, 혹은 풍채가 있음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성별과 연령, 그리고 사회적 위치를 감안하며 왜곡된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나는 아이가 항상 내 품에 안겨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안겨있는 현재가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시간은 영원과 순간으로 이뤄져 있고 인간은 행위의 목적을 위해서 '이만하면 됐다'와 '한걸음만 더해보자'를 결정한다.


이제 아이가 맞지 않는 옷이 생겼다. 파란색과 붉은색이 잘 어우러진 우주복이다. 지퍼로 발끝까지 한 번에 감싸 안을 수 있는 옷이다. 아이가 46일째 우주복을 입고 찍었던 사진을 출력해서 냉장고에 붙여놨다. 이제 70일이 되어서 그 옷을 누군가에게 물려주거나 재활용에 넣을 시기가 되었다. 아이는 그렇게 자란다. 자라면서도 하루는 반복된다. 지표에 앞선 존재의 순간. 평균에 앞선 편차의 지속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나는 서로 말을 하고 눈빛을 주고받을 때 잣대를 얼마나 멈출 수 있는가, 사회적 능력 앞에 존재의 역량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까. 아이가 우주복을 입었던 오늘 편안히 잠이 들었던 모든 순간이 온몸으로 진심인데 나는 그것을 얼마나 닮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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