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반나절 여행
일요일 오후 세시에서 해 질 녘, 나는 주말 육아에서 잠시 반나절 여행을 떠난다.
오늘은 태양을 감안해서 두 가지를 고려했다. 첫 번째 행선지다. 추분 이후에 더 짧아지는 햇살을 감안해서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기 하려고 '서울'로 행선지를 정했다. 아마도 장모님이 일요일 오후에 계속 오신다면 봄까지는 서울의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여행 방향이다. 걷기를 할 때는 햇살을 바라보고 걷게 되면 눈을 뜨기 어렵고 얼굴도 탄다. 그래서 오후에 여행을 시작한다면 해를 등지고 서에서 동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 두 가지를 고려해 다음에서 "서울 트레킹"으로 검색했고 그중에서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연결되는 "성동 생태길"을 선정했다.
성동 생태길은 공식적으로는 10.4km 정도인데, 남산 둘레길에서 뚝섬까지를 연결하고 있다. 보통 산길은 시간이 좀 더 소요되기 때문에, 전 코스를 다 가지 않고, 부분만 가기로 했다. 그리고 서울숲에서 남산길은 해를 정면으로 보는 동-서 방향이기 때문에, 남산에서 서울숲으로 가는 서-동 방향으로 했고, 집이 지하철 3호선과 가깝기 때문에 3호선 동대입구역과 가까운 '국립극장'에서 시작해서 서울숲까지 가기로 했다. 오늘 걸은 거리는 7.7km인데 동대입구역에서 걷거나 기타 이동한 것을 따졌을 때, 8km 정도 걸었다. 아래는 직접 걸었던 코스이고 아디다스 운동 앱의 화면을 캡처했다. 그 앱은 처음 썼는데, 상당히 쓸만했다. 서울 둘레길 중에 성동 생태길은 성동구를 중심으로, 중구와 성동구의 주요 녹지를 연결하는 코스였다.
코로나로 우려했던 것은 혹시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을까라는 고민이었는데, 사람이 있는 곳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서울 둘레길을 모두 걸으려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늘(9월 26일) 날씨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풍경이 너무 좋았다. 서울 둘레길에서 갈래로 뻗어 나오는 길들이 상당히 많아서 혼동될 수도 있지만, 낯선 곳과 달리 어쨌든 지도 앱만 키면 대충 길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물론 발길 닿는 데로 걷는 것보다는 생각에 집중하기는 어려웠지만, 익숙해지고 마음을 편히 먹는다면 초행의 둘레길도 생각할 몸의 준비는 갖춰질 것이라 여긴다.
1. 처음, 국립극장에서 버티고개 쪽으로 내려가는 길, 할말없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여전히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특권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심장의 타격을 감내하고라도 직립보행을 선택한 인간, 혹은 강제된 인간은 고개를 들고 정보를 더욱 많이 얻게 된다. 물론 그 정보는 '걸을 때'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 서있는 것은 걷는 것보다 더 힘이 들어간다. 자전거나 차, 비행기 등 다른 수단을 쓰게 되면 속도가 빨라지고, 감각이 차단된다. 일상의 사진 하나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 '걷기'의 묘미이다.
2. 매봉산 공원에서 서울 둘레길 푯말을 발견하고 신이 나서 데크를 쿵쾅거리며 걸었다. 새롭게 만들지 않고 예전부터 있었던 이끼 핀 좁은 길의 정취가 좋다.
3. 낑낑대며 올라선 매봉산 공원 팔각정. 아,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가을 하늘이 대부분 한 일이지만, 강변을 둘러싼 아파트를 보며 나는 왜 아늑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물론 한강변 아파트에 살던 지인은 "혼자 있을 때 저녁 강변을 보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지 모르겠다."며 고가의 아파트를 청산하고 강남 아파트로 진출을 했다. 역시 사회는 배열되지 새롭게 바뀌지 않는다. 우후죽순 들어선 아파트를 친환경적으로 바꾼다고 아파트를 붕괴시킬 수 없다. 아파트 사는 '인간'의 욕망대로 근처 녹지가 생기고 공원을 만들게 된다. 정치의 영역이기도 하겠지만,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 다시금 배열되어 사회적 장면을 만들어낸다. 저 드높은 제2롯데타워, 정치경제적 욕망이 상당히 깔려있는 저 건물이 들어서고, 누군가는 영구적으로 조망권을 박탈당했겠지만, 사람들은 그곳에서 밥을 먹고 그 앞에서 그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또 누군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도 한다.
4. 매봉산 공원을 가다가 보이는 아파트. 아파트라는 한국사회의 아주 독특한 주거공간은 서구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없다. 서구에서 빈민가의 집단 거주지 마련을 위해 위성도시, 변두리에 설치한 아파트가 아니라, 한국사회는 가장 살기 좋은 곳에 경제적, 사회적 욕망이 집중된 하나의 공간이다. 여성의 가정 내 성공이 사회화될 수 있는 실적의 산물이기도 하며, 각박한 노동소득을 제외하고 양극화된 자본소득을 그나마 벌 수 있는 불평등한 결과를 내재한 어쩌면 자유의 산물이다. 복잡한 저 아파트는 자로 반듯하게 컬러도 단순하다. 그 옆 숲은 이파리 하나도 같은 적이 없다. 햇살에 따라 어쩜 이렇게 달라지는지. 소유의 여부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5. 공원을 가로질러 언덕에 친숙한 빌라. 역시 전깃줄이 인상적이다. 정돈되지 않는 근대적 산물이다. 근대성이 대단히 양가적인 것은 발전과 성찰이 길항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의 보완을 발전으로 해간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단정한 모습이 디자인과 가격과 기타 등등을 반영한 깔끔한 현대적 삶이라면, 빌라는 다시금 서구의 빌리지와 전혀 다른 형태를 나타내며, 이름으로 결코 구별할 수 없는 계급적 산물로 드러난다. 복잡한 전깃줄이 드러내는 삶의 방식과 정돈된 아파트의 삶의 모습, 그 양가적인 것이 숲과 아파트, 아파트와 빌라 속에 엉켜진 서울의 단면이다.
6. 응봉공원을 가는 길, 그곳에 있는 사다리. 영화[기생충]의 장면이 걸을 때는 생각나지 않았다가 지금 사진을 보니 생각이 난다. 전부의 욕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왜 뭇사람들은 올려다보고 싶어 할까? 저 계단밖에 길이 없어서 오르긴 했지만, 상당히 가시적으로 높이에 대한 욕망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과연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7. 할말없이 아름다운 서울이 있다. 높이의 욕망은 내려다보는 것도 있지만, 자세히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모든 가까운 관계는 장단점, 희로애락이 현미경으로 보듯 다 드러나지만, 멀리 있으면 그저 평온해 보인다. 강물 22.4L에서는 6.02X10의 23 제곱 수만큼의 물 분자가 겁나게 유동하고 있는데, 그저 지자 요산이고 인자 요수라고 한다. 인한 사람이 물을 좋아한다니, 물처럼 유연한 것이 없다니.
8. 응봉공원에서 용비교 거처 서울숲으로 가는 길. 중앙선이 지나간다. 상당히 오래된 노선이다. 이제 오늘의 해도 스며들어가고, 사진이 깊게 나오는 시간이 된 것 같다.
9. 서울숲에 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땀이 옷에 가득하다. 갑자기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숲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평화롭다. 서울숲, 아름답고 푸른색이 다양했지만 사람들이 더 많았다. 원래 이 근처에서 요기를 하고 글을 읽거나 쓰려고 했는데, 정신이 없을 것 같아 바로 갈 곳을 변경했다.
10. 집으로 가려는 길, '자전거' 따릉이를 택했다. 아디다스 어플이 상당히 좋다. 싸이클링 어플도 있다. 서울숲에서 집까지 24km이다. 2시간을 한꺼번에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뚝섬 한강공원에 가는 길이 조금 복잡한데, 서울숲에서 구름다리로 연결되어있었고, 구름다리 아래 강변북로가 있다. 어디론가 가는 그들의 붉고 흰 빛이 인상적이다.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조금 쉬어다가 반복했다. 2시간의 반납 시간을 2분 남기고 도착했다. 뻐근함, 피로감이 밀려온다. 서울 둘레길을 가을 겨울 내에 주욱 걸어보는 것을 고려하게 됐다. 몸에 적응이 되어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