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목구멍에서
세상에는 말이 멈추는 공간이 있다. 소리의 크기가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오히려 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과수 폭포, 그중에서도 ‘악마의 목구멍’ 앞에서 나는 바로 그 침묵을 들었다.
수십억 톤의 물이 떨어지는 그 자리. 폭포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 그 위로 구름이 내려앉고, 물안개는 하늘을 삼키듯 치솟는다. 나는 그 거대한 호흡 앞에서 작은 인간이 되었다.
악마의 목구멍은 처음부터 거대한 틈이 아니었다고 한다. 대륙이 갈라질 때 용암이 쏟아져 내려 굳어 생긴 층층의 절벽, 그곳을 강물이 수천만 년 동안 파내며 지금의 심연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식은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했다. 눈앞의 폭포는 설명을 초월하는 존재였다.
폭포수는 끝없이, 쉼 없이 떨어졌다. 물방울이 아니라, 거대한 흰빛들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 빛들이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나는 그 심연의 끝을 볼 수 없었다. 수면과 안개가 뒤엉켜, 마치 이 세계의 아래에 또 다른 세계가 열린 듯한 느낌.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사실 브라질 고원과 아르헨티나 평원의 충돌 지점이라는 사실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브라질의 높은 고원에서 내려온 물이 갑자기 평원 가장자리를 만나며 쏟아지기 시작한 자리. 그 물길이 가장 약한 부분을 수천만 년 동안 깎고 또 깎아, 결국 ‘지구의 가장 깊은 U자형 심연’을 만들어낸 자리. 나는 그 시간의 누적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지 폭포를 본 것이 아니라, 대륙의 시간, 지구의 호흡, 자연이 만든 조각의 정점 같은 풍경을 마주한 것이다.
물안개는 내 얼굴을 적시고, 옷을 젖게 했다. 그러나 젖은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오래된 상념을 내려놓았다. 폭포는 모든 소리를 삼키지만, 동시에 모든 마음을 비워낸다. 자연은 거대하지만, 그 앞에 선 인간은 참으로 단순해진다.
돌아서는 길, 나는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그 장엄함이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를 단단하게 만든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여행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악마의 목구멍은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꺼내 보여준 장소였다. 그 거대한 소리와 침묵 사이에서, 나는 내 삶의 축을 다시 세웠다.
그날의 물안개는 아직도 내 마음에 머물러 있다.
2025년 12월 2일
- 신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