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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 박지성 공원이 있는 이유

도시는 골을 기억하지 않고, 태도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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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의 건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도시에는 한국 축구선수의 이름을 딴 공원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박지성입니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도 아니고, 웅장한 기념비가 세워진 공간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공원은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누군가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박지성 공원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한국은 주장 박지성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이 성과는 단순한 스포츠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축구를 하나의 문화로 존중하는 유럽에서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인식을 바꾼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도시의 이름으로 남긴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입니다.

외국 도시가 아시아 선수의 이름을 딴 공원을 만든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그만큼 이 명명은 상징적입니다.


바르셀로나가 박지성을 선택한 이유

박지성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스타가 아니었습니다. 항상 가장 많이 뛰었고,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채웠으며, 팀이 무너질 자리를 먼저 메웠습니다. 그의 플레이는 '보이지 않는 헌신'의 축구였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도시는 오래전부터 눈에 띄는 힘보다, 구조를 지탱하는 태도를 존중해 왔기 때문입니다.

가우디의 건축이 사람이 머무는 방식을 배려했듯, 박지성의 축구는 동료가 살아나는 방식을


박지성 공원이 특별한 이유

이 공원은 크지 않고, 과장되지 않습니다. 벤치가 있고, 아이들이 공을 차고, 동네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마치 박지성의 축구처럼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일상에 스며든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 공원은 기념비보다 더 강한 기억을 남깁니다. 여기는 "위대한 선수의 흔적"이 아니라, '존중받은 인간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왜 이 공원을 기억해야 할까

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는 건축가와 예술가를 기념합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도시는 태도를 기념합니다.

박지성 공원은 "얼마나 잘했느냐"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묻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구엘 공원과 박지성 공원 사이에서

구엘 공원에서 가우디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직선을 버리면, 사람은 조금 더 인간다워진다.”

그리고 박지성 공원은 다음 문장을 덧붙입니다. “앞서지 않아도, 곁을 지키면 기억된다.”

바르셀로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품은 도시입니다.


여행자의 기록

이 도시가 박지성을 기억했다면, 그건 그가 세계 최고였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만했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그런 사람을 잊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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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7일

-신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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