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시인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완성한다

문학의 호흡으로 살아 있는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시인을 기념하는 도시가 아니다.

이 도시는 시인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는 도시다.


푸시킨 동상 앞에 서면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보다 잠시 멈춘다.

그 멈춤 속에는 존경보다 익숙함이, 숭배보다 친밀함이 흐른다.

푸시킨은 위에 올려진 존재가 아니라

이 도시의 바닥을 이루는 언어였기 때문이다.


그가 살았던 집의 벽에 붙은 작은 명판은

이 도시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크게 말하지 않고, 많이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기억한다.


도시는 그렇게 기억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나는 한복을 입고 그 거리를 걸었다.


이질적인 옷차림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문학은 국경을 묻지 않는다.

시인은 언어를 넘는다.

푸시킨이 이곳에서 남긴 것은 시 몇 편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지금도 여전히

문학의 호흡으로 살아 있는 도시다.


푸시킨은 죽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서

조용히 살아 있다.



2025년 12월 25일

- 신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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