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흔들리는 정직함에 대하여

정직함은 여전히 사람이 만든다.


AI는 이제 묻지 않는다.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말한다.


“뭐 하고 싶은지 말만 해. 내가 다 해줄게.”

그 말 앞에서

나는 편해졌고, 동시에 조금 낯설어졌다.

속도는 분명 빨라졌는데 내 자리가 줄어든 느낌,

노력으로 증명하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의미를 잃은 듯한 기분.


이 감정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괜히 뒤처진 사람처럼 보일까 봐,

시대에 적응 못 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동화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요즘

‘앞서간다’는 말보다 ‘함께 흔들린다’는 말이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확신은 혼자 선다. 정직함은 곁을 만든다.

AI 시대에 필요한 태도는

완벽한 활용법이 아니라, 이 변화 앞에서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일 아닐까.


편해졌는데 불안한 마음, 잘 되는데 공허한 감정,

다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내가 없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이건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아직 인간이 중심에 있다는

작은 증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앞서가지는 못해도

함께 흔들릴 수는 있는 사람으로 이 시대를 건너고 싶다.


확신은 기술이 만들 수 있지만,

정직함은 여전히 사람이 만든다.




2025년 12월 26일

- 신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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