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설산에서 걷지 못했던 하루
그날의 산은 말이 먼저 알고 있었다.
위험한 구간에 들어서기 전, 말은 멈췄다. 고개를 낮추고, 보폭을 줄였다. 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신호를 보냈다. “여기부터는 준비해야 한다.”
몽골 초원에서 내달리는 말을 탔을 때, 나는 자유를 배웠다. 하지만 옥룡설산의 말 위에서는 자유 대신 균형을 배웠다. 이곳에서는 달릴 수 없고, 대신 내려다본다. 발아래로 한꺼번에 열리는 풍경과, 그 풍경을 감당해야 하는 몸의 무게.
고도 4,000m. 숫자는 단순했지만, 한 발은 무거웠다. 숨이 차는 것이 아니라, 숨이 부족했다. 걷고 싶었지만,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말을 탔다. 말 위에서 보낸 시간은 6시간. 그 시간은 이동이 아니라 회복에 가까웠다.
내려오는 길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은, 이상하게도 삶을 닮아 있었다. 올라갈 때는 앞만 보지만, 내려올 때는 전체가 보인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말은 그걸 알고 있었다. 말은 항상 먼저 멈췄고, 나는 그 뒤에야 멈췄다.
그날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멀리 있는 능선이 아니었다. 말발굽 근처, 거의 땅에 붙어 피어 있던 고산 꽃들이었다. 바람에 몸을 낮추고, 고도에 적응한 채 살아남은 꽃들. 높이 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 꽃들은 알고 있었다.
나는 그날 산을 정복하지 못했다. 대신 산과 합의했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옥룡설산은 그렇게 나를 돌려보냈고,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2025년 12월 28일
-신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