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1500년, 당신의 삶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가끔 삶이 천길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발밑은 아득하고, 내가 딛고 선 이 좁은 공간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마치 외줄 타기를 하는 광대의 심정과 다를 바 없는 요즘, 우리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언제까지 이 아슬아슬함을 견딜 수 있을까? “
중국 항산의 깎아지른 절벽, 그 수직의 암벽 한가운데에 거짓말처럼 매달려 있는 사찰이 있습니다. 바로 현공사(懸空寺)입니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오금이 저린 이 건축물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한계와 삶의 위태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위태로운 절은 무려 1,5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 자리에서 비바람과 지진을 견뎌왔습니다.
벼랑 끝에서 피어난 간절함의 역사
현공사가 처음 지어진 것은 1,500여 년 전, 중국 역사의 격변기였던 북위(北魏) 시대(491년경)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요연(了然)이라는 이름의 한 스님이 이 믿기 힘든 불사를 시작 했다고 전해집니다.
도대체 왜, 평평한 땅을 두고 이 위험천만한 절벽 중간에 절을 지어야 했을까요? 전설처럼 들리는 이야기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절박한 생존 투쟁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절벽 아래로는 강물이 사납게 범람하곤 했습니다. 홍수는 마을을 삼키고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습니다. 사람들은 부처님의 힘을 빌려 이 재앙을 막고자 했습니다. 강물이 닿지 않는 높은 곳, 용이 승천하는 듯한 기운이 서린 절벽 한가운데에 사찰을 지어 물난리를 잠재우려 했던 것입니다.
또한, 수행자들에게는 속세의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온전히 하늘과 맞닿을 수 있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절대 고독의 공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벼랑 끝이라는 극단적인 장소는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고요한 피난처였던 셈입니다.
이후 현공사는 당, 금, 명, 청나라를 거치며 여러 차례 보수와 확장을 거쳤고, 불교뿐만 아니라 도교와 유교의 사당이 함께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변모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 버팀의 미학
현공사를 처음 본 사람들은 누구나 건물 아래를 받치고 있는 가느다란 나무 기둥들을 보며 불안에 떱니다. "저 얇은 나무들이 어떻게 거대한 사찰과 수많은 사람의 무게를 견딜 수 있지?" 하고 말이죠. 금방이라도 뚝 부러져 모든 것이 심연 속으로 추락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현공사가 1500년을 버틴 반전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저 수직의 나무 기둥들은 건물의 하중을 직접 떠받치는 주된 지지대가 아닙니다. 어떤 기둥은 심지어 바닥에서 살짝 떠 있기도 합니다. 이 기둥들의 진짜 역할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며, 실제로는 건물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 충격을 완충해 주는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합니다.
현공사를 지탱하는 진짜 힘은 절벽 깊숙이 박혀 있는 '가로 들보'에 있습니다. 당시 장인들은 암벽에 깊은 구멍을 뚫고, 기름을 먹여 단단해진 나무 들보를 그 안에 깊숙이 박아 넣었습니다. 건물의 무게중심은 절벽 바깥의 허공이 아니라, 절벽 안쪽 깊은 암반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위태로운 기둥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암벽 속의 단단한 중심이 지난 1500년의 세월을 버티게 한 진짜 힘이었습니다.
당신이라는 건축물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우리는 매일 아슬아슬한 현공사의 난간을 걷는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통장 잔고는 가늘게 떨리는 나무 기둥 같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거센 협곡의 바람처럼 우리를 흔들어댑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니 내가 나를 보기에도 금방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태로운 삶입니다.
하지만 오늘, 천 년의 비바람을 이겨낸 저 절벽 위의 암자를 보며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그 흔들림은 진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연약한 몇 개의 기둥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 남들은 모르는 당신만의 인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 그리고 그 무엇보다 당신 내면 깊은 곳에 단단히 박혀 있는 삶에 대한 의지. 이 보이지 않는 '가로 들보'들이 당신이라는 건축물의 무게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있습니다.
현공사가 그토록 오랜 세월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가장 절박한 곳에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절벽이라는 한계 상황이 가장 치열하고 견고한 건축술을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위기와 절박함도 어쩌면, 당신의 삶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줄 가장 강력한 공법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가끔 난간이 흔들리고 발밑이 아득해지더라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중심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단단한 곳에 뿌리박고 있습니다.
1500년을 버틴 저 현공사처럼, 아슬아슬해 보일지언정 당신의 삶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사람입니다.
2026년 1월 5일
-신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