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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Nov 25. 2019

완벽한 이중언어?
하나 배우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려

- 3장 이중언어 아동의 연령별 언어발달 (1)

<행복한 이중언어 아이 키우기>

3장 이중언어 아동의 연령별 언어발달 (1) 




1. 완벽한 이중언어? 

    하나만 배우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1) 아이의 언어 능력,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몇 주 전, 아이의 반 친구와 그 엄마를 헨더슨(Henderson)의 어느 공공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났다. 지루한 표정으로 몸을 뒤틀고 있는 아이 옆에서 그 엄마는 장바구니 가방 두 개에 가득 책을 골라 집어넣고 있었다. 그녀의 다른 한 손에는 책 제목과 도서정보 청구기호가 빼곡하게 적힌 하얀 종이 몇 장이 쥐어져 있었다.


  아이에게 도서관 체험을 자주 시켜줄 요량으로 아이가 세 살이 조금 넘어서부터 책과 DVD를 빌리러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한 터라 그날도 나는 아이와 함께였다. 이미 서로를 알아본 네 살 동갑내기 두 사내 녀석들은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 웃으며 흥분하고 있었다. 녀석들의 눈은 도서관 책은 나 몰라라, 그 대신 같이 밖에서 뛰어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Paseo Verde Library in Henderson



  아이 친구와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나는 그 엄마와도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친하게 지내는 터라 우린 스스럼없이 포옹도 하고 웃으며 사소한 궁금증이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와아, 정말 대단해. 워킹 맘이라 많이 바쁠 텐데 이렇게 직접 아이를 도서관에 데리고 와서 책도 함께 고르고, 참 좋은 엄마야.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책이 좋은지 내게도 좀 추천해 줄래?”


   의사소통엔 별 문제가 없지만 누가 봐도 엑센트가 강하고 발음이 어눌한 내 말에 그녀는 클락 카운티 라이브러리 디스트릭트 웹 사이트에서 도서 목록을 찾았다며 휴대폰 텍스트로 목록을 보내주었다. 

https://lvccld.org/browse_program/club-read/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내게는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사실 당신네 국제(international)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이중 언어를 구사하잖아. 그래서인지 영민한 아시아 애들이 많은 것 같아. 그런데 우리 아이는 영어만 할 줄 아니까 솔직히 걱정이 많이 돼. 이렇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자주 접하게 해 주어야만 똑똑한 동양 아이들 사이에서 나름 살아남을 수 있거든. 넌 이해 못하겠지만 난 나름 진지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말에 나는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 어떤 대꾸도 하지 못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Smart Asian’이라는 고정관념 또는 편견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그녀의 솔직한 생각을 이렇게 직접 대면하고 보니 뭔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https://lvccld.org/browse_program/club-read/



   말문이 빨리 트인 아이가 한국말을 잘하는 만큼 영어가 따라주지 못해 다소 걱정스러웠는데, 이러한 특수한 이중 언어 환경이 다른 미국인 부모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니 좀 놀라웠다. 그래서일까. 수줍게 웃으면서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내비치는 그녀가 한편 고맙기도 했다.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을 알면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비교적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솔직함은 나의 부족한 영어를 커버할 능수능란한 한국어와 이로 인해 발현될 내 아이의 특별한 능력을 동시에 깨닫게 해 주었다. 


   실제로 미국에 사는 많은 동양인들은 내 아이의 친구 엄마와는 다른 관점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 우리 아이가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말보다 영어에 더 많이 노출되고 한국 책 보다 미국 책을 더 많이 읽어서 어떻게든 미국인들만큼, 아니 미국인들보다 더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말이다. 한국말을 잘하며 한글을 쓰고 읽을 줄 아는 것은 소위 보너스, 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어 세계 공용어로써의 영어 외에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함께 구사하는 것이야말로 경쟁에서 앞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 또한 미국의 각 대학에서는 이중 언어 혹은 다중 언어 환경이 아이들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결과가 무척 흥미롭다. 


   워싱턴 대학의 학습과 뇌 과학 연구소 소장 페트리샤 쿨 박사팀에서 행한 전자두뇌 반응장치를 이용한 유아들의 뇌 검사 결과에 의하면, 이중 언어 환경의 아이가 단일 언어 환경의 아이들보다 더 강하고 유연한 인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 요크대학의 심리학 교수 앨런 비알리스톡 역시 자신의 연구를 통해,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는 풍부한 어휘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기억력과 주의 집중력이 뛰어나며, 논리적 문제를 풀거나 동시에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보다 뇌신경이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New York Times 참조)



New York Times



  영어권 나라 미국에서 영어를 훌륭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넘치게 많다. 그러나 다른 외국어까지 완벽하게 잘 구사하고 읽고 쓰는 사람은 미국 내 인구수를 대비해 본다면 그 수가 훨씬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이중 언어 혹은 다중 언어를 구사하는 일은 어렵고 특별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이중 언어 환경은 핸디캡이 아니라 강점이다. 




   2) 누군가는 언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언어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부모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소용없다면서 언어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공부머리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과연 그럴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전 세계 0.1 퍼센트 혹은 그보다 더 적거나 조금 더 많을 수도 있는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아이의 언어 능력은 어려서부터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는 타고난 언어능력이 분명 있겠지만 그것이 어떤 노력 없이 계속 유지되고 발전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영유아 교육 전문가이자 부모교육의 전문가인 김예빈 교수와 만나 아이들 교육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나는  김예빈 교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이의 언어 능력은 선천적일까요후천적일까요?"     



  미리 언급했듯이 나는 아이의 언어 능력은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후천적으로 부모의 성격이나 양육방식 그리고 주변 환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질문은 간사하게도 전문가의 견해가 어떤지 그리고 더 나아가 내 의견에 대한 동의를 얻고 싶은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었다. 김예빈 교수의 견해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확률이 조금 더 치우쳐질 수는 있겠지만,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50대 50 정도이지 않겠냐며 웃으며 대답했다. 





 

  3) 미국에서 아이를 이중 언어 구사자로 키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언어 습득은 빠르면 뱃속 태아 시절부터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시작될 수도 있다. 물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만큼 영유아기가 언어 습득에 중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그래서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영유아기에 우리 부모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키만큼 아이들이 육체적, 정신적, 인지적 성장을 빠르게 하는 시기는 없기 때문이다. 


  김예빈 교수의 말을 요약하자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와 부모의 상호 의사소통이 아이의 언어능력 형성에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부모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로 대화를 자주 나누고,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더라도 마치 말을 주고받는 것처럼 아이와 의사소통을 하라는 것이다. 집에서는 무조건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고 한국 책을 자주 읽고 한국 노래를 부르면서 최대한 한국어 환경에 많이 노출을 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 엄마들은 종종 이중 언어 환경 때문에 아이의 말문이 늦게 트인다며 걱정들을 많이 한다. 한국어도 영어도 모두 부족해서 걱정이라는 부모들이 생각보다 많다. 김예빈 교수는 이것이 이중 언어 환경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므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정상적으로 성장한 이중 언어 환경의 아이들이 빠르면 킨더가든과 1학년을 거치면서 미국의 일반 아이들과 유사한 영어 실력과 어휘력을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정신적, 신체적 문제나 결함이 있지 않은 한, 아이의 말문이 조금 늦게 트인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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