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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Nov 17. 2019

왜 모어 습득이 중요할까?

2장 모어 습득과 이중언어 구사의 중요성 (2)

<행복한 이중언어 아이 키우기>


2장 모어 습득과 이중언어 구사의 중요성 (2) 



2. 왜 모어 습득이 중요한가?     


1) 모어는? Mother Language      

   

   모어는 태아 때부터 접하기 시작해서 아이가 가장 처음 배우는 언어를 의미한다. 따라서 모어는 주양육자인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형성해 주는 언어라고 해서 영어로는 mother language라고 한다. 


  옛 조상들이 태교가 중요하다, 태담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태아가 뱃속에서부터 부모가 하는 말을 들으며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어는 가장 처음 배우는 언어라는 의미에서 제1언어(Language 1, L1)이라고도 한다.  


.  1언어 - L1 (Language 1)

     - 태어나서 처음으로 습득하는 언어 

     - 모어와 동일한 개념

     - 제1언어라고 해서 나중에 가장 유창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어, 한국어, 중국어, 러시아어처럼 국가의 개념이 포함된 모국어를 모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 다민족/다언어의 국가에서는 모국어 개념보다는 모어라는 말이 주로 사용된다. 왜냐하면 한국은 모어=모국어=한국어가 성립되지만, 다민족/다언어 국가인 미국은 모어=모국어=영어가 성립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가정의 이중언어 아동의 경우 태어난 나라는 미국이지만,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언어는 한국어이다. 이러한 특수 상황에서 한국어는 모국어가 아니라 모어이다.


   언어학에서 모어를 정의할 때는 습득 시기, 숙달도, 사용빈도, 정체성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따라서 모어는 가장 처음 배운 언어로, 현재 가장 잘 이해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고, 언어 사용자와 일체감을 가지며, 객관적으로도 언어사용자와 그 언어가 일체감을 가진다고 인정하는 언어를 말한다.        


  그렇다면 모어 다음으로 배우는 언어는 어떻게 지칭할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언어를 배우는 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제2언어, 제3언어라도 부른다. 


2언어 - L2 (Language 2), 

    - 모어 다음으로 습득하는 언어, 

    - 제2언어가 제1언어보다 더 유창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3언어 - L3, Language 3

   - 세번째로 습득하는 언어

    - L1, L2 다음으로 습득하는 언어

   - 제3언어가 모어보다 더 유창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 예) 한국어가 모어인 아빠와 중국어가 모어인 엄마와 함께 사는 다문화 가족의 자녀들에게 영어는 제3언어가 될 수 있다.      

  

  삼십대 중반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살고 있는 나는 영어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별 불편함이 없지만, 사실 영어로 아이에게 다양한 학문적 분야에서 깊이 있는 설명을 해 주는 것은 좀 힘이 든다. 또한, 영어로 엄마의 심리상태나 아이의 심리상태를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어려움을 느낀다. 한국어로는 기분이나 감정, 심리상태, 예측, 모호한 감정 상태, 모호한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지만, 제2언어인 영어로 그것을 세세하게 표현해서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내 아이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 아이는 3살까지 한국어를 모어로 주로 사용해 왔고, 그 이후 프리스쿨에서 처음 영어 위주의 환경에 접한 후 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영어를 접해 오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한국어와 영어 모두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어보다는 영어 구사 능력이 훨씬 더 발달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 아이가 어떻게 언어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해외 이민자 가족이나 한국의 다문화 가정의 경우, 가장 먼저 배운 언어라고 해서 가장 유창한 언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민, 유학 등 여러 가지 배경이나 환경에 따라 제1언어가 나중에 약세언어가 되고, 제2언어나 제3언어가 강세언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어난 나라는 한국이지만, 언어를 한창 배울 시기인 어린 시절에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된다면 제2언어가 유창해질 가능성이 크다. 언어는 집이나 학교 수업에서만 배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자신의 연령이나 성장 시기에 맞게 친구, 동료, 선후배 관계,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의 관계나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하면서 습득하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2) 왜 모어 습득이 중요할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아이의 이중언어 발달에 신경을 써야 할까? 왜 모어 습득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모어는 태아 때부터 접하기 시작해서 가장 처음 배우는 언어이며,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형성해 주는 언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익숙한 언어인 모어로 대화하고 토론해야 상호소통에 유리하다. 모국어가 한국어인 부모가 제2언어 혹은 제3언어로 아이와 소통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감성과 이성을 온전히 주고받고 논리적 사고까지 완벽하게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모국어가 효과적이다.     

 

   그리고 언어 구사 능력 중에서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언어 센스 또는 언어 감각이라고 할 것이다. 언어 감각이란 적절한 언어를 찾아서 정확하게 표현하는 기술적, 수사적 능력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 분위기, 심리상태, 상대방의 기분 등 다양한 것들을 포괄하여 이 모두를 고려하여 언어 구사를 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언어 센스가 좋은 사람은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이러한 언어 감각은 모국어만큼 유창하지 않은 제2외국어를 사용할 때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어려운 어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황에 맞게 언어를 구사하고, 또 상대방이 하는 말의 맥락을 잘 이해하는 능력은 바로 이 언어 센스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이 언어 센스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로 모어 습득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주 양육자와 아이 상호간의 관계,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친밀한 대화, 충분한 의사소통 등에서 오는 것이다. 7세 이전에 미리 가르쳐야 할 사회정서 학습 기술(SEL, Social Emotional Learning Skills)은 바로 자녀와 부모와의 적절한 상호관계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체득할 수 있다.      


  기존의 많은 연구 논문들에서 이중언어 환경 혹은 다문화 환경에서 성장하는 자녀들을 대상으로 모국어 혹은 모어가 잘 유지되는 경우와 잘 유지되지 않는 경우를 조사한 사례들이 있었다. 그 결과 모국어(모어)가 잘 유지되는 경우는 언어능력, 자존감, 정체성, 가족의 유대감이 대체로 높고, 모국어(모어)가 잘 유지되지 않는 경우는 언어능력, 자존감, 정체성, 가족의 유대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실제로 미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필리핀, 히스패닉 자녀를 연구한 사례에서는, 부모와 모어로 상호소통이 잘 안 되고 모어를 이해 못 하는 아이들은 학교 졸업률이 낮고 갱이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보통 갱단 가입은 빠르면 16, 17세 틴에이저 때 도난차량이나 마약, 총기 밀거래에 휘말리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는 부모의 보호와 관심 밖에 있는 일부 이민자 자녀들의 일이긴 하지만, 자녀들에게 있어 부모와의 상호소통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사례들로 인해 이중언어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동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정보들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편견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이중언어 아동에 대한 편견    

 

#1. 아동에게 두 언어 이상을 노출시키면 아동을 혼란스럽게 하고 언어발달을 지연시킬 수 있다?

 -  그렇지 않다. 신체적 발달장애 혹은 미디어 중독 및 후천적 상호소통 부족 아동이 아니라면, 두 언어 이상을 노출시켜도 일반적으로 괜찮다. 

#2. 이중언어 아동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학업문제를 갖게 될 것이다?

- 아니다. 저학년 때는 영어가 유창하지 않을 수 있으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반 아이들과 영어 구사 능력이 비슷해진다. 단, 저학년 때는 부모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서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상호소통을 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3. 만약 자녀가 이중언어 아동으로 자라길 원한다면, 부모는 한 사람 - 한 언어 접근법을 사용해야 한다?

- 그렇지 않다. 양 부모가 모두 한국어 구사가 편하다면 가정에서는 한국어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단, 부모 중 한 사람이 영어 구사자라면 그 부모는 영어를 구사하고, 다른 부모는 한국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4. 이중언어 아동은 항상 그들이 사용하는 두 언어를 뒤섞어 사용할 것이다?

- 아니다. 초반에는 그럴 수 있으나, 두 언어 모두 능숙해지면 스스로 섞어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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