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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Nov 16. 2019

사회정서가 유능한 아이로 키우기

-1장 이중언어 환경, 미국에서 한국아이 키우기 (3)

 1장 이중언어 환경, 미국에서 한국아이 키우기 (3) 

1장 이중언어 환경, 미국에서 한국 아이 키우기(3)



2.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 사회 정서가 유능한 아이





  1)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키울 때 우리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해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면, 또는 뭘 해야 할지 모른다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러면 의외로 해답 찾기가 쉬워진다. 


  옛날 어른들의 말씀처럼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사랑 듬뿍 받고 부모의 보호 아래에서 가능한 세상 경험을 많이 해야 나중에 커서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다. 부모는 이렇게 아이의 건강한 정체성 형성과 성공적인 사회화를 위해 밑거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래서 이중언어 아동의 사회정서 발달을 위한 글을 쓰면서 단체 문자 메시지로 내가 사는 지역 한인 부모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아이로 자라길 바라세요?”


  이 질문을 던지자 엄마들의 글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저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컸으면 좋겠어요. 막연한 말일지는 몰라도 0-5세까지는 그래도 엄마의 품 안에 있는 나이니까 적어도 그 테두리 내에 있을 때만은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덜 받으며 자라길 바라요.”


   아이가 너무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으면 평생 그 트라우마를 안고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와닿는다. 최근 우리는 학대받는 아동들에 관련된 기사를  자주 접하고 있다. 가정 내 보모나 어린이집 선생님 그리고 일가친척이나 지인들, 양부모나 심지어 친부모에게까지 학대받는 아동들에 관련된 기사가 간간이 사람들의 분노와 울분을 사고 있다. 


“저도 잘 먹고 잘 자고 사랑 많이 받으면서 컸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요. 자기 자신도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 아이가 깊은 상처 없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그런 아이라면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엄마는 믿고 있다. 


“5살까지는 그래도 세상 순수하게 아이처럼 자랐으면 좋겠어요. 사랑 많이 받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라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몸이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로 자랐으면 해요. 건강하지 않으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 말도 수긍이 간다. 몸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야 자존감도 높아지고 뭐든 도전하고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제 생각엔 0-5세까진 다른 건 부차적인 것이고, 엄마, 아빠에게 자신이 사랑받고 보호되고 있다는 정서적 안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엄마와의 관계만 잘 된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아이 기준에서는 모든 사람들도 엄마처럼 자길 사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단, 자기뿐만 아니라 남들도 그만큼 개개인이 중요하니 기본적인 배려나 예절도 잘 배워야 하고요. 저는 책이 아이 인성이나 태도에 중요하다 생각해서 책과 친해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육아 관련 책을 읽고 나름 실천을 잘하고 있는 이 엄마는 자식 양육관이 꽤 뚜렷하다. 그녀는 부모와의 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잘 맺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절까지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이런 것들은 부모를 통해서도 배우지만 책을 통해서도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육자들은 어려서부터 아이가 책과 친해지게끔 유도하라고 조언한다.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들은 다양하면서도 신기하게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 행복한 아이'로 그 의견이 모였다. 이는 과거의 한인 재외동포 부모님들과 다르게, 현재의 부모님들의 아동 교육관, 자식 교육관이 변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에 사니까 일단 영어를 잘해야 한다, 공부를 잘해야 성공하지, 책을 많이 읽어야 해, 똑똑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아, 하던 부모들의 인식이 지금은 많이 바뀌고 있다.  


  자, 이쯤에서 엄마들이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요약해 보자.


행복한 아이, 사랑받는 아이, 밝은 아이, 건강한 아이, 순수한 아이


상처를 덜 받는 아이, 감정표현을 잘하는 아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 자존감이 높은 아이, 자립적이고 독립적인 아이


남을 사랑하는 아이, 배려심이 많은 아이, 예절 바른 아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잘하는 아이, 부모와 꾸준히 소통을 잘하는 아이, 한국어를 하는 아이     



  실제로 만3세~5세 때 부모와 애착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잘 맺으며 상호작용을 잘 한다. 따라서 학령기 전까지는 아카데믹 중심의 학습보다는,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2) 아동에게 중요한 사회정서 기술

    (Social-emotional learning skills) 


  그렇다면 아동에게 중요한 사회정서 학습 기술이란 무엇일까? 


 미국 학계와 교육 현장에서는 영유아 및 아동과 청소년의 사회정서 학습을 중요하게 여겨왔는데, 그래서 1994년 미국에서 CASEL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라는 단체가 형성된다. CASEL은 사회 정서 학습(SEL)과 관련된 정보와 연구 자료를 제공하는 단체로, 영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필요한 사회 정서 학습 관련 자료를 다방면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동에게 중요한 사회정서 학습 기술은 크게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유지 기술,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 등 다섯가지 범주에서 논의된다. 



<아동에게 중요한 사회정서 학습 기술


a. 자기 인식 Self-Awareness 

: 자기 인식은 자기 감정을  알고 그것이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으로 연결되는지를 인식하는 능력이며, 자신의 가치(장점, 잘 하는 것, 도전 등)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b. 자기 관리 Self-Management 

: 자기 관리는 말 그대로 셀프 컨트롤, 어떤 목표를 위해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을 잘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c. 사회적 인식 Social Awareness

: 사회적 인식은 나의 범주를 벗어나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과 연관된다. 


d. 관계 유지 기술 Relationship Skills

: 관계 유지 기술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명확한 의사소통, 유연한 상호작용, 긍정적 관계 형성, 협력과 협상을 할 줄 알고, 더 나아가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e.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 Responsible Decision-making

: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은 자신이 어떤 개인적 행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고 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윤리적이고 건설적인 최선의 선택을 하는 능력을 말한다.    







   미국 학자들은 아동의 사회 정서 발달(Social-emotional development)이 이루어지는 적절한 시기를 만 3세에서 만 5세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에 사회 정서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아이는 나중에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 반대로 이 시기에 사회정서 발달이 잘 이루어진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 잘 적응하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지적 뇌는 만 7세 이후에도 꾸준히 발달하지만, 정서적인 뇌는 만 7세 이전에 먼저 성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0세에서 6세의 취학 전 영유아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3)  사회정서가 유능한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하나요?


  부모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부모와 올바른 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과 안정감으로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이렇게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그 어떤 주저함 없이 자신감을 갖는다. 이것이 바로 아이의 자존감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자립심과 독립심으로 연결된다. 


  “크면 다 해결된다니까요. 자라면서 다 고쳐져요. 그냥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 클 거예요.”


   생각해 보면, 자신을 위로하든 다른 엄마들을 위로하든 간에 흔하게 내뱉어지는 이 말만큼 무책임한 말도 없는 것 같다. 아이는 그냥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막상 아이를 낳아 키우면 여러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이는 혼자 알아서 자랄 수 없고, 육아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워보니 건강하게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살아가는 지혜를 함께 가르치며 아이를 키워나가야 한다. 


   부모의 걱정은 이렇게 아이가 성장하여 사회로 나갔을 때 성공적으로 잘 정착할 수 있을지의 문제로 수렴된다. 그러자면 아이는 사회 정서가 유능한 아이로 성장해야 한다. 사회 정서가 유능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으며, 협조적이고 독립적이고 관용적이며, 책임감 있는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줄 아는 아이이다. 


  그러면 사회정서가 유능한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 두 표는 연령별 사회정서 발달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마일스톤 체크 리스트이다. 연령별 체크리스트를 통해 여러분들의 아이가 사회정서 발달이 정상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간단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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