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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Nov 16. 2019

변화하는 정체성,
다차원적 정체성

 1. 이중언어 환경, 미국에서 한국아이 키우기(2)

-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좋은 부모는 될 수 있다

  <행복한 이중언어 아이 키우기>

1장  이중언어 환경, 미국에서 한국아이 키우기(2)




3) 아동의 성장과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 요소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은 참으로 다양하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성향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성향도 크게 영향을 준다. 그리고 가족의 경제적 기반, 주변 교육 환경, 가족 구성원의 교육 수준, 국가, 민족, 인종, 도시, 주거 환경, 친구, 이웃, 교사, 그리고 언어의 영향도 매우 크다. 이외에도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많은 변이 요소들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크게 유전자적 요인과 환경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 – DNA, 염색체, 유전자, 타고난 기질, 성향, 가족력, 운동능력, 키, 눈 색깔, 머리카락 색, 체형 등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일종의 생물학적 변이 요소   

  

  환경적 요인 – 인간을 둘러싼 환경적 요소, 즉 자연적 요건, 사회문화적 요건, 인위적 요건 모두가 환경변이에 포함. 기후, 온도, 날씨, 물, 공기, 토양, 식생, 식량, 질병, 자연재해, 생활방식, 음식, 문화, 사회 계층, 성별, 나이, 민족성, 언어, 전쟁, 핵무기, 생화학 무기 등 인간의 삶에 지속해서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     


  우리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변이 요인들에 맞닥뜨리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의문을 가지며 고민한다. 


  한가지 예를 한 번 들어보자. 

  어린 시절 나는 이야기와 책 그리고 영화를 좋아해서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아이들은 대통령, 의사, 판사, 검사, 교수, 과학자가 되는 꿈을 꾸기도 하고, 기업가, 학교 선생님, 올림픽 선수, 화가,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소설가는 힘들고 가난하고 배고픈 직업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야 한다. 나는 내 소중한 딸이 그렇게 힘든 길을 걷지 말고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나는 내 꿈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기기로 한다. 그래, 이제부터 나의 대외적 장래희망은 한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말 한마디로 1980년대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꿈은 바뀐다. 그 때 어려서부터 미모가 뛰어났던 내 짝꿍은 미스코리아 진이 되어 미스유니버스가 되겠다는 장래희망을 발표한다. 할머니가 말씀하셨단다. 미스코리아가 되면 판사나 검사와 결혼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렇게 할머니의 말 한마디로 내 친구의 꿈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 꿈이 평생 갈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이 다양해지는 만큼 꿈도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변화한다. 





4) 변화하는 정체성, 다차원적 정체성


   에릭슨(Erikson, 1968)은 정체성을 주관적 측면인 개인적 정체성과 객관적 측면인 사회적 정체성으로 구분하면서, 정체성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사회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했다. 이를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a. 정체성의 주관적 측면 - 개인적 정체성

    : 나’는 타인과 구별되는 한 개인이며,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에서 비롯되었고, 미래의 나로 이어진다.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속에서 자기 동질성과 자기 연속성을 지각한다. 그리고 타인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그들 자신을 인식한다.     

 

  b. 변화하는 정체성  - ‘나’와 ‘타인’의 관계 형성

     : 그런데 정체성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사회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간은 자신(나)과 타인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나’를 탐색하고 연구하면서 자신의 자아상과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기 때문이다.     


  c. 정체성의 객관적 측면 - 사회적 정체성

      :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과 사회에 대한 동일화, 소속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기도 하는데, 이를 사회적 정체성이라 한다. 집단 정체성이나 국가 정체성이 이에 속한다.     


  즉, 정체성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정의이며, 이 정체성은 자신의 내적인 요소들을 종합하여 그것을 자기 자신과 동일화하면서 ‘나’를 계속 유지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자신의 내적인 요소들은 타인과 사회화 사이에서 생성하고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면서 자기 인정 그리고 자기 확신을 만들어 내는데, 이 역시도 정체성과 관련된다. 

 

d. 다차원적 정체성


- 개인(personal) 정체성, 자아(ego) 정체성, 사회(social) 정체성, 문화(cultural) 정체성의 균형과 통합 강조  (Cote & Levine, 2014)

- 인종(racial) 정체성, 민족(ethnic) 정체성 (Janet Helms, 1996) : 식민주의의 일환

- 국민 정체성(national identity) : 근대국가 형성과정에서 생겨난 것
글로벌 정체성(global identification) : Banks(2006)은 문화정체성, 국민정체성, 글로벌 정체성의 포함관계를 설정하고, 다문화사회 구성원의 세 가지 정체성의 균형을 강조


   최근에는 국제화 시대와 더불어 다문화, 다언어, 다인종, 다민족 정체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이렇게 정체성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관계와 사회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측면에서 다차원적인 성격을 가진다. 




5) 이중언어 아동의 건강한 정체성, 

     다양한 정체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변이 요인들에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의문을 가지며 고민하는 우리 이중언어 아이들이,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정서적 안정과 긍정적인 사회정서 발달이다.  영유아기에 부모나 주 양육자와의 상호소통이 긍정적으로 잘 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서 학령기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뿐더라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을 잘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를 전문가들은 사회정서 발달, 사회정서 기술이라고 부른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언어이다. 아이가 부모나 주양육자와 상호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눈빛이나 바디랭귀지도 필요하지만, 말도 필요하다. 실제로 아이의 정체성은 언어를 인식하고 그 언어를 듣고 말함으로써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언어로 인해 논리적 사고가 가능해지고 그 논리적 사고를 통해 자신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성장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바로 자아 탐색과 세계관 형성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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