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19, 미국, GEN C>
2020년 3월,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미 전역이 팬데믹 상황에 빠져들자 미국 학교 전체가 문을 닫았다. 당시 킨더에 다니고 있던 다섯 살 아들이 내 손을 잡고 학교를 나오면서 이제 학교에 못 오는 거냐며 슬픈 얼굴로 울먹거렸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만 하더라도 미국 사람들은 동양인과 마스크 착용에 대해 극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었다. 동양인인 나와 내 아이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그로서리 마켓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굉장히 불쾌한 얼굴을 하며 우리 주변을 비껴갔던 적도 있다.
그런데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그들이 더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 한동안 비교적 비싼 비용을 내고 인스타 카트 실시간 장보기 서비스를 몇 달간 이용하기도 했다. 그 후 미국에서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나는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채소나 과일처럼 상하기 쉬운 식료품을 사기 위해 직접 장을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2020년 1월을 기점으로 세계는 코비드 19 이전과 이후의 세계로 바뀌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전 세계 사람들을 삶과 죽음의 기로에 몰아넣고 그동안 누려오던 평화로운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 것이다. 학교와 일터(회사/기업) 그리고 식당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고, 이어서 각종 백화점과 로컬 상점 그리고 전 세계 관광지와 디즈니월드 같은 테마파크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향해 곤두박질을 쳤고, 문을 닫는 상점과 파산 기업이 생기면서 실업률 또한 늘어났다. 저소득층이나 실직 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에도 못 가고 집안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자살하거나 가정폭력에 희생되는 아이들이 다수 생겨났다. 이러한 부작용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팬데믹의 장기화가 우리에게 가져온 몇 가지 변화가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의 일상화, ‘비대면 온라인 수업(원격교육)’의 전격 실시, ‘재택근무’ 증가, ‘배달 및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그리고 ‘유투버의 폭발적인 증가’와 ‘온라인 콘서트/공연의 생중계’ 등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문화 산업의 변화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새로운 세대, 제너레이션 C의 탄생’이다.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1624
제너레이션 C는 코비드 세대 혹은 코로나 세대를 의미하며, 2013년, 2014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을 일컫는다. 이 아이들은 2020년에 5살 혹은 6살로 킨더나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여 학교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학교에 등교하여 대면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입학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바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게 되는 디스턴스 러닝, 일명 원격수업을 받고 있다.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2020년 8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마스크를 끼고 소수 인원의 등교를 허용하여 대면 수업을 진행하였지만, 미국 대부분의 공립학교와 일부 사립학교는 새 학기를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문을 열었다.
온라인 수업을 처음 경험해 보는 킨더 학생과 1학년 학생들은 컴퓨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학교 정규 과목 외에 특별과목 중 하나로 컴퓨터 테크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학부모들도 온라인 수업 방식에 적응하느라 처음 두 주는 아이들과 함께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팬데믹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이 앞으로 1년을 갈지, 2, 3년을 갈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대면 수업의 경험 없이 바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떠한 면모를 보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 아이들을 학자들은 제너레이션 C라고 불러도 될지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를 프리스쿨부터 킨더까지 사립학교에 보냈던 나로서는 고민이 많았다. 비싼 학비를 내는 만큼 학교 시설과 교육 시스템이 좋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말은 잘 하지만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던 세 살 아이가 그 사립학교에 들어가자마자 3개월 만에 영어 말문이 트였고 1년 후에는 유창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 학부모 입장에서 사립학교 교육시스템을 포기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홈스쿨링이라니, 온라인 원격수업이라니! 이걸 내가 어찌 다 감당한단 말인가.
그런데 긴 고민 끝에 나는 100% 대면 수업을 한다는 사립학교를 포기하고, 원격수업을 진행한다는 공립학교로 아이를 전학시키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네바다 주 공립학교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라스베가스는 특성상 카지노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아이들 학업 수준이 동부나 서부의 주요 도시에 비해서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소문이 많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데믹 상황이 끝나면 아이를 다시 사립학교로 돌려보내리라는 생각과, 그나마 내가 사는 지역이 라스베가스 지역에서 가장 좋은 학군 중 하나에 포함된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공립학교 온라인 수업을 선택했다.
갑자기 닥친 일상생활의 변화와 아이의 온라인 수업은 내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남편까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은 전보다 더 들썩거리기 시작했고, 내가 담당해야 할 일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 바람에 낮에는 도저히 글을 쓰는 일에 몰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밤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던 나는 결국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공동작업으로 책을 쓰는 일을 잠시 멈추고 밤에라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동안 꾸준히 해 오던 일을 하지 않으니 그 또한 스트레스였다. 그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자기 전에 매일 하루의 고된 일상을 글로 남기면서 그날 하루를 성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써 내려간 육아일기 겸 아이의 온라인 수업 참관일지가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125페이지를 훌쩍 넘어섰다. 이것이 <팬데믹 시대 우리 아이들> 매거진이 탄생하게 된 계기이다.
<팬데믹 시대 우리 아이들>은 개인적인 육아일기와 아이의 온라인 수업 참관 기록에서 시작된 매거진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이를테면 전면 온라인 수업을 선택한 부모의 생각과, 아이를 다시 학교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생각을 함께 나누면서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예측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Zen C로 정의될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떠한 생각과 어떠한 생활방식과 어떠한 세계관을 가지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