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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Feb 12. 2021

코비드에 대처하는
라스베가스의 사립학교



코비드19 이전, 5살 킨더 아이의 일상



  출산 후 3년간 아이를 집에서 양육했던 나는 아이가 3살이 되자마자 몬테소리 프리스쿨에 입학시킨 후 5살 킨더까지 그곳에서 교육을 시켰다. 2020년 3월 코비드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되기 전에는 그 학교 교육에 백프로 만족하고 있었다. 다른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8시 30분까지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으면 적어도 오후 3시까지는 신경 쓸 일이 없고, 만약 일이 생기면 전화 한 통화로 아이는 애프터케어(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안전하게 옮겨졌다. 사립학교의 비싼 학비 부담 때문에 공립학교로 옮길까 잠시 고민도 했으나, 학교에 대한 아이의 만족도가 무척 높아서 아이는 그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동안은 아이가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어떤 교육을 받는지 잘 몰랐다. 3년간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힘들게 독박육아를 해 왔던지라 학교에서의 일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말만 하던 아이의 영어실력이 나날이 향상되었고 책 읽기도 수학도 잘하고 있어서 그저 학교만 신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 달에 한두 번 학교로 자원봉사를 나가 1일 아트클래스도 하고 몇몇 주요 행사 준비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모든 행사에 참여할 여력은 없었다. 그저 행사비 기부만 좀 하고 가능한 쉽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설렁설렁 넘어가고 싶었다. 큰 문제만 없다면 아이의 초등학교 과정도 그렇게 익숙한 패턴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순탄하게 사립학교에서 지속할 예정이었다. 팬데믹 선언으로 학교가 폐쇄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2019년 가을, 몬테소리 킨더 과정>


  일반적으로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에 비해 학습 진도가 1년에서 1년 반 정도 빨라서 사립학교 킨더(유치원)에서는 1학년 과정을 미리 배운다. 특히 몬테소리 스쿨의 경우는 한 클래스에 3명의 선생님과 함께 3,4,5세 아이들을 함께 생활하게 하기 때문에, 아이의 이해력이 좋고 빠르면 킨더가 아닌 프리스쿨 과정의 4살 아이여도 곱셈과 나눗셈의 개념을 알려준다. 반대로 또래보다 조금 느린 아이들은 또 그에 맞게 개별 교육을 받는다.                







<위는 선생님이 제안한 것이고, 아래는 아이가 선택한 것>


  한 학기에 두 번씩 학교에서는 Parent & Child Night이라는 행사를 주최하는데, 이는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수행했는지 아이들이 직접 부모들에게 소개해 주는 날이다. 이 날이 되어서야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대충 파악할 수 있다. 


  그동안 아이가 매일 무언가를 쓰고 그리고 색칠한 유인물을 가방에 넣어오고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다 끝낸 워크북을 집으로 가져오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숙제도 없었다. 학교 선생님은 아이가 아무런 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며 오히려 아이를 잘 키워서 학교에 보내줘서 고맙다며 웃을 정도로 아이는 학교에 잘 다니고 있었다. 


      

<공공 도서관에서 책 읽는 아이>


  이 학교에 다니면서 3년간 아이는 숙제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방과 후엔 그저 신나게 놀았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매일 저녁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 시간 이상 함께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매일 하루 20분 이상 책 읽기를 권장하며 독서의 생활화를 강조했다. 그리하여 나는 독서의 생활화를 위해 아이가 3살이 되면서 유치원이 끝나면 공공 도서관에 자주 데려가서 아이에게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게 했다.                     


     



2020년 3월, 라스베가스의 첫 코비드19 감염 환자



  그 와중에 2020년 1월 20일 경, 중국에 이어 한국에 첫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 코로나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과는 달리 그래도 한국은 관리가 잘 되는 듯 보였다. 2월이 되어서도 10명 정도 소수의 감염 환자들만 나타났다. 그런데 2월 말, 특정 종교단체의 활동으로 코로나가 일부 지역에 급격하게 확산되어 위기에 처해졌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되는 가운데, 그래도 설마 미국은 괜찮겠지 생각하던 중이었다.      

  아이는 그 무렵 신나는 킨더 생활을 하고 있었다.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아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말이 되면 영어로 한국을 소개하는 책이나 유투브 동영상을 찾아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유치원생에게는 어렵다 싶은 세계 역사 관련 동영상까지 찾아서 보기도 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낸 아이는 매주 월요일 아침, 집에서 한복, 붓, 한지, 제기, 윷놀이, 투호, 태극기, 한글책 등 한국 관련 물건을 하나씩 학교에 가져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달이 빠르게 지나갔다.      


<친구들에게 보여줄 붓글씨 연습>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직접 만든 한국에 대한 책>



   그런데 2020년 3월 5일 라스베가스에도 첫 코비드 19 감염 환자가 나왔다. 당시 미국 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심각했던 워싱턴 주를 여행하고 온 50대 남성 환자였다. 그리고 사흘 후 4명의 의심 환자가 차례로 나타났다. 그중 뉴욕에서 컨퍼런스 참여 차 라스베가스의 어느 호텔에 머물던 40대 여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3월 16일에는 35명, 30일에는 1008명, 4월 30일에는 5050명, 5월 30일에는 5815명, 6월 30일 18,569명, 7월 31일 48,090명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환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늘어났다.(2021년 2월 6일 토요일 현재 확진자 수는 283,406명이다.) 


  5살 아이를 키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미국에 유입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2020년 3월 이후 워싱턴 주와 뉴욕을 기점으로 팬데믹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도 코로나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https://m.blog.naver.com/welasvegas/222078227741     


  2020년 3월 둘째 주 즈음 네바다 주 공립학교 전체가 폐쇄를 선택한다고 할 때, 아이가 다니는 사립학교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루머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고 있으니 흔들리지 말라는 공지를 보내왔다. 앞으로 공립학교가 폐쇄할 상황이 되어도 아이의 학교는 인원이 적고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를 개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내용의 공지를 받아 들고 나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침착하고 냉철하며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루머와 그릇된 정보가 난무하니 그에 흔들리지 말고, 신뢰성 있는 각종 연구소 및 단체로부터 정보를 받고 업데이트하고 있으니 몇 가지 사항만 철저하게 잘 지킨다면 아이들을 학교에서 안전하게 교육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루머라고 하기엔 당시(물론 지금도) 세계 상황이 너무도 심각했다. 전염병 발원지인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당장 미국 뉴욕에서도 코로나 감염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앞의 공지를 받은 지 바로 4시간 후에 아이의 학교는 킨더(K)부터 12학년까지 모든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그리고 차터스쿨 모두 폐쇄하겠다는 네바다 주지사의 방침에 따라 학교를 당분간 폐쇄하겠다는 공지를 보내왔다. 또한 학년별로 원격교육 (a remote learning) 계획이 전달될 테니 교사의 연락을 잘 지켜보라는 내용도 함께였다.      


  하루에도 몇 시간 사이에 학교를 개방할 것인가 폐쇄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바뀔 만큼 전 세계는 물론 미국의 팬데믹 상황도 꽤나 심각하고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시아, 유럽, 북미 할 것 없이 전 세계가 일시에 모두 위기 상황에 처했고, 남미와 호주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코비드 19가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이쯤 되자 아이가 다니던 학교도 어쩔 수 없이 당분간 폐쇄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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