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_017_생물학 이야기

김웅진 지음, 행성 B이오스

by 주종문

이 책은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다른 분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뭐랄까?

객관적인 과학을 이야기하며 주관적인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주입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이 과학적 진실이니 내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오면 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의 서두에 산책하듯이 안내하겠다고 했는데 스스로 주변을 둘러보고 느끼는 산책이 아니라 누군가에 잡혀 끌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느낌이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불편하다고 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과 이 책을 읽고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생각을 글을 쓰며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초기 생명체의 탄생에서부터 오늘날 생명현상의 연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설명이 되었습니다. 특히 기술의 발달과 함께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분자생물학, 유전 생물학에서 발견된 사실을 근간으로 한 환원주의적 접근에서 생물학 전체를 포괄하여 이해하는 시스템생물학으로의 발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 같은 생물학을 고등학교 생물시간까지만 공부한 비전문가, 일반인들에게는 생물학의 개관을 좀 더 쉽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자는 "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한 질문과 검증을 통해 인간의 주관과 직관의 오류를 극복하고 누가 보기에도 사실과 부합하는 객관적인 지식체계를 수립하는 학문이다(193)" 그리고 "과학은 '주관을 배제한 사물의 이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물 인식의 주체인 개별자들이 필연적으로 갖는 직관적 오류와 자기중심적(주관적) 해석을 지양하고 존재와 현상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과학이지요(348)." , "

과학의 본질이자 최대 공로는 '과학적 사고'이며, 사물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입니다(359)."와 같이 여러 번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과학적 사고'라는 것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실만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하였습니다.


제가 책을 읽으며 불편했던 것은 책의 전반에 깔려 있는 저자의 확고한 확신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자가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오히려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생명현상에서 단정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분자생물학, 유전학 등을 통해 생물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생물에 대한 미시적인 사실 들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객관적인 증거와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과학적 사실로서 증명되고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시적인 사실만으로 아직 추론의 수준일 뿐이고 객관적인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 사실과 같이 주장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과학은 자기 확신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에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하는 일에 완벽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어떤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동일한 실험과 관찰을 반복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인간이 하는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를 의심하고 반복하여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문을 찾고 또 다른 실험과 관찰을 하며 과학은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책에서 이전 시대의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글을 맞고 틀리고를 판단한 것과 같이 시간이 지난 후 저자가 말한 확신하며 이야기한 것들 중에 틀린 것이 있다면 어찌할까요?

이전 시대의 관찰과 실험으로 객관적인 증거가 확실했던 과학도 현재에는 새로운 실험과 관찰을 통해 비과학이 되는 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추론만으로 정립된 이론들을 그렇게 확신하며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한 많은 사람의 말이나 글을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용한 것이 객관적인 실험이나 관찰의 결과가 아니라면 결국 그것 역시 과학 사실이라기보다는 주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고 저자가 강조한 것과 같은 '과학적 사고'와는 동떨어진 주관적 사고이며 자기주장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면 본인 연구분야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한 분야를 깊이 판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분야를 깊이 판다는 것은 땅을 깊이 파는 것과 같이 어느 정도 깊이 이상 들어가면 자신이 배우고 보는 것 외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은 그 깊은 구덩이를 나와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덩이가 깊을수록 나오기 힘들고 그러면 어느 순간 그 구덩이 속의 세상이 본인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과학적 사고'라는 말을 통해 객관성에 대해 많은 강조를 하고 있지만 정작 그 내용은 저자의 주관성이 너무 깊이 개입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27

우리의 직관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된 임기응변적인 생존수단일 뿐, 가시적인 현상의 이면과 내부의 깊은 곳에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데에는 적절한 수단이 아닙니다.


58

최초의 생명체는 자기 자신을 꼭 닮은 복제물을 만들 줄 아는 유기물 분자였을 겁니다. '생명기원'이라는 거창한 주제는 사실상 '최초의 자기복제 분자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라는 문제로 환원됩니다.


63

스스로 자기복제를 하는 것과 동시에 자연선택에 의한 다윈적인 진화를 하는 분자 복합체가 원시 지구의 바다에서 발생한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무작위적인 화학반응이 자기복제 물질을 창출할 가능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스케일의 시간과 공간이나 유추 가능한 현상들을 기준으로 생각해볼 때 지극히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거의 무한한 시간과 시행 횟수가 주어질 때 합리적으로 상상해낼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 지극히 적은 개연성이라도 반드시 실현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자기복제 분자 복합체(원시 생명체)의 발생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아무리 가능성이 낮은 사건이라고 해도 그 가능성이 '0'이 아니고 무한한 시행 횟수가 주어진다면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 된다는 것이다.


137

나의 '자아' 혹은 '내면'이라는 것은 결국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지시하는 유전자의 사령부입니다.


146

유전체는 진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자연사 박물관과 같습니다.


318

모든 문화 나사상이나 전통에서 자기를 희생하는 이타적인 행위는 높이 추앙받습니다.

이타적인 행동은 왜 모든 사회에서 환영받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인간이 이기적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나'에게 유익한 이타적 개체와 행동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360

우리의 본성은 뇌가 규정하며, 뇌는 진화의 산물입니다. 뇌는 무계획적 진화에 의해 시행착오적으로 형성되었고, 불완전하고 개체에 따라 기능적 편차가 심한 생존의 도구입니다.


370

이성과 과학은 유전자 프로그램의 바로 그 느슨한 틈을 비집고 나온 인간 사회의 성취입니다.


371

다른 모든 생물들처럼 인간도 여전히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유전적 본성의 영향 때문에 무엇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논리는 중력의 법칙 때문에 아무도 날아다닐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생물학의 핵심은 '분자 수준에서의 생명의 통일성', '변이와 자연선택이 펼쳐 놓은 생물의 다양성', '진화에 의해서 정해진 생물의 특성과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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