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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Jul 09. 2022

자녀 입장에서 본 자녀교육법



  나는 초등학교 시절 무용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무용하면 딴따라 돼서 안되니 피아노를 배우게 하셨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당시 인기가수들의 춤을 따라 추었고, 동생과 사촌동생에게 그 춤을 연습시켜 모인 친척 어른분들 앉혀놓고 춤을 보여드렸다. 나는 춤추는 게 재밌었고 즐거웠고 좋았다.

 피아노는 체르니 40번을 배우는 도중에 울면서 그만두었다. 너무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1년에 한 번 예술제처럼 콩쿠르가 열렸는데, 나는 매년 피아노를 쳐서 콩쿠르에 나갔다. 콩쿠르 준비를 하느라 비싼 일대일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선생님께 혼나면서 피아노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결국 지금 피아노는 거의 치지 않고 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나는 항상 키가 컸고 마른 편이서 중고등학교 때 모델 제의를 몇 번 받았다. 그땐 왠지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은 마음에 엄마에게 여쭤봤는데 역시 안 되는 거였다.

당시 별 생각이 없는 아이였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들을 다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학교 공부는 너무 재미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활동적인 것을 참 좋아했는데, 그런 것들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좁은 교실에 가만히 앉혀두고 공부만 하라고 하니 얼마나 답답했던지.

좋아하는 건 따로 있는데, 앉혀 놓고 하기 싫은 것을 계속하라고 하면서 자면 혼내는 우리 으르신들.

그 일을 하면 돈을 못 벌어서 안되고, 저 일을 하먼 위험해서 안되고, 모두가 다 공부만 해야 하는 현실.

 중학교 1학년 때 아빠가 반에서 1등 하면 컴퓨터를 사주신다고 해서, 딱 한번 일등을 하고 그 뒤로부터 고2 여름방학 전까지는 주구장창 놀기만 했다.


 아이들은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없는 맑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른들의 욕심이나 잘못된 판단으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부추김 받기보다 방해받고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완전하고 온전하다. 내가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낳는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부모님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부모님은 그분들이 아는 범위, 하실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셨고, 몰라서 그러셨던 것이다. 단지 아이들이 자신의 창조성을 200% 발휘하면서 살았으면 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천상의 예언>에서 저자 제임스 레드필드는 아이가 5살만 되어도 아이 앞에서 마치 아이기 없는 것처럼 어른들끼리 아이 이야기를 하지 말고,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말한다. 아이도 어른과 같은. 한 인격체로 인정해주라는 것이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내 생각엔 어른들이 아이의 생각이나 입장을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카와 함께 있다 보면 조카의 입장과 생각은 나의 생각과 다를 때가 많다.


 어떤 상황에서 어른들이 아이를 가리키머, 'ㅇㅇ는 공부에 소질이 없어.'라고 하는 것은 많은 가능성이 있는 아이에게 한계를 그어버리는 꼴이다. 자존감 있는 아이라면 몰라도, 혹여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가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정의할 수 없다.

해마다 사람 몸 전체 원자수의 98퍼센트가 새로 교체된다고 하니,

누군가는 ㅇㅇ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이건 좋은지 싫은지 호불호를 반복적으로 물어보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모든 것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장단점이 있는데 '이거 좋아?, 싫어?'도 선을 그어 버리는 것이다.

'이걸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라고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좋고 아이들에게도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

지름길로 간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 먼길 돌아간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다. 그 길에 얼마나 즐겼느냐가 더 중요하다. (예전에 알았더라면 ㅠㅠ ㅎㅎㅎ)


최근에 초등학교 1학년짜리 조카를 2박 3일 데리고 있었다. 조카가 좋아하는 일본 만화를 잠깐 같이 봤는데

유튜브에서 번역이 되지 않은 것을 봐서 둘 다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내용은 이해했다.

요리사가 주인공을 스파 해준다면서 펄펄 끓는 물에 집어넣었다가, 마사지해준다면서 소금 간을 하고 나쁜 대마왕에게 요리해서 바치는 내용이었다.

요리되는 것은 죽을 수도 있기에, 주인공의 형제들이 주인공을 구하러 다급히 왔다.

여기서 나는 당연히 요리사가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조카는 요리사는 착한데, 대마왕에게 어쩔 수 없이 바치는 것이라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것이 보인다는데, '우리 조카는 마음에 좋은 게 많아서 요리사를 착하게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안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랑 덩어리 조카와  그가 요즘 애정하는 커비 놀이





 저녁에는 비가 꽤 왔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조카랑 셋이 산책을 갔다.(멍멍이가 밖에 나가야 화장실을 가서, 궂은 날씨에도 무조건 나가야 해요.)

어른들이라면 비가 와서 나가기 싫다, 옷에 물 튄다 등등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지만, 우박이 쏟아져도 무조건 나가야 하는 나와, 그저 행복한 조카와, 별 생각이 없는 멍멍이, 셋이 하는 산책길은 궂은 날씨에도 즐거움 그 자체였다. 끝말잇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초콜릿도 사 먹고, 비가 쏟아질 때는 잠깐 비를 피할 곳이 있어서 좋다며 깔깔대고 웃었다. 조카가 돌아가고 함께한 시간을 되새기다 조카의 순수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어떤 상황에 대해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고 미리 두려워하는 것, 적당히 하는 것은 좋지만 이미 머릿속에 최악을 상상하는 것, 이런 생각들이 대화 중에 계속 섞이게 되면 그 시간은 즐거움과 점점 멀어져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함이 흐려지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서 순수함을 배울 수 있다.

어른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가 아이들의 순수함과 함께 할 때,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살라는 말씀 속에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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