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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Nov 21. 2022

내가 물건을 사고 또 샀던 이유

 


 같은 하늘 아래 같은 핫핑크는 없다고 합리화했었다. 남들이 보기엔 다 똑같은데 내가 보기엔 다 다른 핫핑크들만 여러 개, 퍼플 핑크, 레드, 오렌지레드... 유통기한 내에 한 개도 다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립스틱들.



                                                                            





 운동은 계속하니까, 매일 입으니까 하면서 매달 사모으던 운동복들.

 "선생님은 보이는 직업이니까, 운동복 많이 사서 예쁘게 하고 있어도 돼요."라는 한 회원님의 말씀에 합리화를 더 시키며 할인이라도 할 때면 한꺼번에 왕창 구매했었다.


마음 공부를 하며, 이러한 내 행동의 원인이 나를 보지 못하고 외부적인 것들을 봤으며, 결핍감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면서 차선을 계속 바꾸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가고 있는 차선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계속 다른 차선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옷을 계속 샀던 것도 내가 가진 옷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밖에 있는 옷을 보는 것이었다.

내면을 볼 수 없으면 외적인 것을 계속 보게 된다.


 또한 나는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내 안에 가득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모든 존재 자체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우리가 신과 같은 존재란 뜻이 아니다. 불완전한 우리지만 충분히 사랑받고 있고, 모두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뜻이다. 그냥 존재함만으로 완전함을 믿게 되면, 그 나머지 물질적인 결핍감들이 많이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믿는'것이다. 




 만약 일을 늦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커피와 초콜릿을 왕창 먹어가며 일을 한다면, 내 몸 보다 일이 중요한 것이 된다. 예외적으로 어쩔 수 없는 때도 있긴 하지만 그것이 욕심에서 혹은 게으름을 만회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 

 친구와 만나 함께 식사를 할 때, 어떤 메뉴를 먹는지가 중요한지 상대방과 함께 보내며 우정을 나누는 일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상대방의 말이 내 생각과 다르거나 내가 생각하기에 조금 틀리더라도 사소한 문제라면 옳음 보다는 친절함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결혼식에는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러 가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을 하나하나 따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되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나는데,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우리가 모두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면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깨달아지게 되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을 만든다.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위대한 영적 스승 에크하르트 톨레는 

<눈에 보이는 형상에 의존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현실적인 싦의 조건도, 외형적인 살림살이도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물이나 사람, 조건 등이 아무런 수고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고, 그것이 지속되는 동안엔 자유롭게 즐기고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왔다가 가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의존하지 않으면 상실에 대한 두려움도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됩니다. 삶이 편안해지고 순조로워지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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