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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Apr 16. 2023

나의 안면홍조증 역사







 나의 안면홍조증은 스무 살 무렵에 시작되었다.

당시엔 술을 마시거나, 겨울같이 추운 날씨에 실내에 들어가 오래 앉아있으면 얼굴로 확 열이 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과식을 하고 가만히 앉아있을 때 더 심해졌다.

상체로 열이 오르니 목을 감싸주는 폴라티를 입기가 싫었다. 

그 당시엔 걷기만 해 줘도 곧 홍조증이 사라졌다.


 얼굴이 뜨겁고, 발은 차가운 혈액의 흐름이 안정화된(?) 상태였던 걸 나중에 알았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모든 병의 원인이 된다는 건 아주 늦게야 알 수 있었다.



 잠시 삼천포로 빠진다 해도, 혈액순환에 관해선 우리 외할머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할머니께서는 젊은 시절 나물반찬을 즐겨 드셨고, 고기는 잘 안 드셨다고 한다.


 한 번은 한의원에 가셨는데, 한의사분이

할머니의 피가 너무 맑고 깨끗하니, 고기를 좀 드시라고 하셨다고.

(자연식물식이 좋은 것인데 왜???? ㅎㅎㅎ)

 그리고 할머니께서는 고기와 면종류를 많이 드시고 나서 한참 후이지만,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생각해 보면 할머니는 항상 식사량이 매우 많기도 하셨다. 늘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셨던 기억이 난다.




(다시 돌아와서!)

어린 시절의 나는 군것질을 매우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불량식품, 중학교 때는 라면, 빵, 아이스크림. 

고등학교 때는 베스킨라빈스 써리원과 티라미슈 케이크에 빠져 살았다.

이런 것들은 내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었고, 피의 흐름은 더욱더 안정화되어 갔다.


고등학교부터는 좋은 음식에 대한 개념이 생기기 시작해, 좋은 음식과 가공식품을 둘 다 섭취했다.


20대 초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운동도 하고 식단도 챙기니, 금세 군살이 쑤욱 다 빠지는 경험도 했다. 나는 실은 건강한 몸을 타고났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건강에 대해 머리로는 알면서도, 감정의 주파수가 요동쳐서 내려갈 때는 온갖 해로운 음식을 먹는 것을 자제할 수 없었다.

감정이 대부분 이성에 승리했다.

그리고 감정의 주파수가 상승하면, 어김없이 식단은 잘됐다.

하지만 나의 감정엔 업다운이 있었기 때문에, 늘 모든 것이 좋았다가 싫었다가 했다.


감정의 주파수가 올라올 때는 혈관이 이완되면서

혈액의 순환이 원활했지만, 주파수가 떨어지면 혈액의 순환도 함께 더뎌지곤 했다.


(당시엔 이런 나의 감정 속에 파묻혀, 나 자신의 감정상태를 한 발자국도 떨어져서 볼 수가 없었다.)




 30대의 나는 조금 더 이성의 힘이 세어졌지만, 에고의 존재 또한 강하게 성장한 시기였다.

에고는 어마무시한 존재다.

이미 충분히 있다는 것은 볼 수 없게 만들고,

늘 결핍감을 만들어내 준다.


늘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것이 나의 욕심과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은 건 최근이다.


에고라고도 하는 악의 존재는 우리가 온갖 결핍감과 두려움, 불신 등을 느껴서

그 속에 매몰되도록 온갖 노력을 다 하는데 

우리가 그 속에 빠져 있으면 그 감정이 곧 나라고 착각하게 된다.


나의 에고는 평생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이상의 나와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라고, 나는 그것이 부족하고 꼭 필요하다.'라고 나를 설득하였다.

그러면서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그 음식을 먹어야 한다!!!'라고 계속 떠들어댔다.

그런데 그 음식들엔 항상 당분이 많았다. ㅋㅋㅋ



 나는 20대 중반부터 숙면을 취하지 못해도 커피를 끊을 수가 없었고, 

커피를 마시려고 밥을 먹기도 했으며,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홍조증이 다 낫는가 싶다가도,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면 홍조증은 어김없이 올라왔다.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말이다.



 에고의 존재를 알게 된 지는 최근이다.


 그곳에서 한 발짝 나오기만 하면 되는데, 그 안에 점점 더 빠져들어가면 늪과 같아서 헤어 나오기가 무척 힘들기도 하다.

 떨어져 나오기 위해서는 에고의 성향과 반대되는 근본 진리들과 항상 친하게 지내면 된다, 이것은 나도 조금씩 연습 중인데, 아직 아이스 바닐라라떼는 오전 일찍 아주 잘 마시며 지내고 있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딱 한잔, 아주 일찍 오전에만, 그리고 나머지 식사는 가급적 현미채식 위주로 하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오전 7시 전에, 공복에 커피부터 일찌감치 마셔주니 잠은 푹 자서 얼마나 다행인지:) )



 정말 신기한 건 내 생각과 감정이 위대한 진리들에 가까이 있을 때에는, 

나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며, 

내가 에고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어 생각을 전환시키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동안 '남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말을 성당에서 수 없이 들었지만, 내 안에 가득 찬 에고의 꼬임과 같은 생각들로 인해, 진리의 말은 그저 귓전에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이제는 내가 아주 사소한 행동으로도 남을 판단하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을 했다면 그 사람을 위해 축복을 빌어주며, 그 사람이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하고 빌어준다.


 위대한 진리는 

우리가 이미 충분하며, 이미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다만 눈이 멀어 그 사랑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뿐이다.


불행한 사람들과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 가로막이 있어서 그곳을 넘어갈 수 없다고 에고는 떠들어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로막은 에고가 만들어 낸 것이지 실제로는 없는 것이란 말이다.




아마 나의 에고가 힘을 많이 잃는 순간, 나는 커피를 끊게 될 것이며 안면홍조증은 아예 자취를 감추겠지.










그래도 난 채소를 엄청 사랑해 :)




#에고 #중독 #명상 #마음공부 #마음 비우기 #진리 #내려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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