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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Sep 28. 2021

풍산개를 마당 없는 집에서 키우는 장점



  200평 정도의 마당 있는 집에서 파파(우리 집 풍산 멍멍이)를 키우다가 마당이 없는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엄마는 2층, 나는 3층에서 지내면서 공동 육아(?) 중이다.



 실내 배변을 안 하기 때문에 하루 3번 산책을 해야 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따로 운동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등 운동, 힙운동 등등 부위별 운동이 매우 매우 하고 싶은데 운동할 체력은.. 글쎄.. (있을 거야.. 난 내 안의 힘을 믿어♡)



 산책은 파파가 답답하지 않게 바람 쐬어주고 운동시키는 목적보다는 배변이 1순위라서

응가를 하면 그렇게 신이 나서(내가 신남) 잘했다고 폭풍 칭찬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왜 저러나 하겠지만 집에서 혹시 참고 있진 않았는지, 원하는 시간에 배변을 못했던 건 아닌지 등등의 생각이 들면 너무 미안하고 안쓰럽다.)



파파를 태우고 공원으로 가는 차 안:)



산책하면서 지금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동안 책만 많이 읽었지 그 내용들을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은 별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책들에서 삶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면 놀라운 일들이 펼쳐진다는데 나도 그 실험에 동참해 보기로 했다,

(이 실험을 계속해보며 변화하는 것들을 공유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두 번째 장점은 낮에는 밖에서 생활을 하던 파파가 집안에만 갇혀 있으니 도통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낮잠을 못 잔다. 아직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했는지 혼자서 방에는 있으려 하질 않고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신경을 써서 엄청 피곤해한다.

파파른 재우는 방법은 옆에서 나도 같이 자야 한다. 하루 세 번 산책에 힘들긴 나도 마찬가지라 같이 낮잠도 자고 좋다. ㅎㅎㅎ

잠이 안 올 때는 옆에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책을 읽거나 기도나 명상을 해봤는데 두 시간 정도 고요하게 있었다. (멍멍이 들은 아주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잠이 깨서 작은 움직임도 눈치 보며 살살 움직였다.) 사실 2시간 후엔 좀이 쑤셔서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일어났지만 그 시간에 느꼈던 내적 평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그동안 간절히 원했던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변화시키는 작업을 파파 덕분에 잘할 수 있게 되는 건가란 기대를 해본다^^





  세 번째 장점은 산책 중에 종종 다른 동물들의 배설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다른 아이들의 배설물을 치우게 됐다.

파파나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밟을까 봐 치우게 됐는데 치우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뿌듯한지 모른다. 이건 내가 착한 일을 했다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예전에는 왜 자기 멍멍이의 배설물을 안 치울까 생각했다면 지금은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내가 한번 더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게 기쁘다.






시골개 스타필드 입성ㅎㅎㅎㅎ

      


오늘 산책을 하다가 작은 마당에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두 그루가 있는 집을 발견했다.

문득 예전에 외할머니께서 동 식물을 키우시면 다 건강하게 잘 자랐다는 엄마의 말씀이 떠올랐다.

항상 친척들, 이웃들에게도 늘 풍성히 베푸셨던

할아버지 할머니 셨기에 그분들 손으로 하시는 일들은 모두 잘 되셨다는 이야기.



산책을 하며 갖게 되는 여유 속에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는 습관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이밖에도 설거지하는 시간도 아까워 주방 세제와 물을 아껴 쓰게 됐고, 매일 같이 걷기 운동을 하니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감사하게도 이사 후 공기가 계속 깨끗해 산에서 걸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호흡운동을 하며

더 건강해지고 있다.



마당 없는 집에서 23킬로짜리 풍산개를 키운다는 건 힘든 것만은 아니다.

지금, 여기,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찾고 감사할 때 분명 이곳에 작은 기적이 피어오를 것이다.



늘 묵묵히 곁에서 도와주시는 엄마,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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