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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May 01. 2022

새빨간 티(tea) 모닝



 오늘 아침 나의 찻잔에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를 담았다.

체온이 약간 낮아지고부터는 따스한 햇살이 닿는 느낌이 추운 겨울 포근한 이불속만큼 좋더라.

그렇게 나는 매일 메일 햇살이 좋다.





 그다음으로는 찻잔에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담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은.. 하루라는 신의 선물을 매일 아침 선물을 열어보듯 시작하려는 의미다.

(설레는 아침)

눈 뜨자마자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나의 하루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함을 알고부터는 (얼마 안 됨) 짧게라도 기도를 가장 먼저 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기도와 명상의 맛이 달콤한데, 이런 변화가 나도 놀랍다.

마치 현미밥을 꼭꼭 오래 씹으면 단맛이 우러나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보다 더 더 더 달콤하다.

아침 기도와 명상, 그리고 정화를 통해 나라는 사람이 예전보다는 차분해졌음을 느낀다.

(원래 차분한 사람이 아니어서,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진심이다.)


 따뜻한 차를 한입, 잠시 머금고 있다가 몸속으로 내려보낸다.

눈을 감고 따뜻한 차와 함께, 나의 햇살과 새빨간 설렘들을 같이 마신다.

의자에 편안히 앉아 발끝부터 하나씩 몸을 이완하기 시작한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항상 내 곁에 있었지만 자주 느끼지는 못했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아주 쉽다.

그리고 그 한계 없는 사랑을 내 몸 구석구석까지 충분히 보내주니 몸도 마음도 차 오른다.


 차를 한 모금 더 머금어본다. 새콤한 느낌이 온갖 비타민을 농축해 담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찻잔을 들여다보는데, 이번에는 내 안의 사라져야 할 붉은 기운들이 보인다.

내 안에 뒤섞여 있는 것들이 찻잔 위로 떠오른다. 마음이란 것이 끊임없는 정화를 하지 않고서는 쓸모없는 것들을 자꾸 생각나게 한다. 이럴 땐 찻잔 속에서 조금 전에 보았던 붉은 태양설렘은 온데간데없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이 찻잔 속에서 똑같이 보인다. 편안했던 나의 몸도 조금 경직되기 시작했다.


 또다시 한 모금을 몸속으로 내려보내며 이것들도 함께 구름처럼 떠나보냈다. 몇 분간의 사투 후에 다시 나는 편안해졌다. 그리고 찻물이 혈관을 넓혀 내 몸의 순환을 돕고 있다. 햇살이 비추며,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다.

신기하게도 생각하나 바꿨을 뿐인데, 찻잔에서 다른 게 보이고 내 감정도 변하는 게 느껴진다.

(그냥 원하는 감정들을 고요한 상태에서 느끼기만 하면 되니 참 좋네:))


최근엔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 속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좋지 않음'들을 '알아차림'으로써 나를 정화할 수 있는 것이 또한 감사한 것이라는 것.

평생 정화를 못한 채 살아갈 수도 있었는데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참 다행이다.

원래 훈련은 쉽지 않고, 고된 훈련이 끝나고 나면 보상은 따라오는 거니까. 동전의 앞뒷면처럼.


그러고 보니 몸속에 들어가서 바로 피가 되어줄 것 같은

새빨간 차 한잔을 어느샌가 다 마셨다.

차의 온기가 발가락 끝까지 가 닿아 따스하다,





#차와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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