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다가오니 떡값 얘기가 오가나 보다. 고용인 입장에서야 당연히 기대하게 되는 설 보너스일 테지만 사용인 입장은 다른가 보다. 업체의 사정에 따라 주기도 안 주기도 하는 모양인데, 사정이 영 어려우면 주고 싶어도 못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업체가 치과라면? 신도시 번듯한 상가에 자리 잡고 바삐 돌아가는 치과에서 형편이 안 좋아 설 떡값을 주지 못하겠다는 오너 원장의 말은 많이 치사하달 수 있겠다.
치과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두 주 조금 지난 딸애가 선배 동료에게 지나가는 말로 떡값이 있느냐고 물었단다. 없다는 답이 돌아와 좀 실망했는지 딸애는 저녁 먹는 자리에서 다른 치과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다 받는다며 투덜댔다. 할 수 없지 했는데, 기함할 메시지가 왔다. 떡값도 안 주는 오너 원장에게 되려 설 선물을 해야 하니 ‘엔빵’하겠다는 통보였다. 나와 남편은 정말 너무 놀라 토씨도 틀리지 않는 버럭을 동시에 질렀다. “아니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원장한테 뇌물을 먹이냐!!!”ㅋㅋㅋ
밥상은 곧 성토장이 되었다. 다른 치과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이 해프닝을 알리고 댓글을 받은 딸애는 더 기염을 토했다. 오너 원장에게 선물을 주는 경우도 안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떡값을 못 받은 채 선물을 주는 경우는 단 한 경우도 없었고, 예를 들어 10만 원을 받았다 치면, 1-2만 원 정도 걷어 선물을 하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나는 후자도 이해가 안 됐지만 진짜 놀랐다. 위생사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고작 10만 원 보너스에서 콩고물을 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며, 설 떡값도 안 주는 오너 원장에게 설 선물비 ‘엔빵’을 요구하는 고참 위생사의 몰지각? 아부? 노예근성?은 어떻게 참교육을 들어가야 하나. 씩씩거리는 딸애에게 빡친 우리 부부는 단 십 원도 내지 말라고 으르렁댔다. 내 참...
남편도 20년 넘게 자영업을 하고 있다. 운이 좋아 큰 고비 없이 운영을 해오고 있지만 당연히 힘들 때도 있다. 그렇다고 직원 떡값을 떼먹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딸애 친구들이 받는 것보다 훨씬 두둑이 지불했고, 여름 휴가비와 추석 보너스도 꼭 챙겼다. 물론 너무 힘들었다면 지급하지 못했겠지만, 집에 적게 가져와도 직원 명절 보너스는 주자고 일찍이 합의했다. 명절 보너스를 못 받으면 설이나 추석을 어떻게 보내겠나. 오너야 자기 사업 확장하는 맛이라도 있지만 직원들이야 솔직히 무슨 대단한 낙이 있겠나. 명절 보너스라도 있어야 일할 맛, 살맛이 꺾이지 않지.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치과가 영업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물 마실 새도 없이, 안구 건조제 한 방울 떨어뜨릴 새도 없이, 화장실 갈 새도 없이, 일하는 치과 위생사들 떡값을 떼먹고 설 선물을 받는다는 오너 원장, 정말 치사해도 너무 치사하다. 문득 이런 곳이 어디 치과뿐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자 부자들의 몰양심에 화가 치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바라지도 않는다. 벌 만큼 벌면서 떡값 떼먹는 것도 모자라 설 선물 받는 뻔뻔한 오너놈들은 새해 복 좀 받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