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나니 성가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유럽 출장을 마치고 이제 막 신혼생활을 하려는 차에 입덧이 시작됐다. 나는 건강했던 편이라 몸이 아프거나 불편해서 행동에 제약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다. 민감한 알레르기 체질도 아니었고, 지병도 없고, 살면서 생리통도 거의 겪어본 적 없었다. 밤늦게 피곤하게 일하고, 공부하며 무리해도 몸이 받쳐주는 무탈한 체질이었다. 그런데 입덧은 유별나게 했다. 원래 입덧이 뭔지도 몰랐는데 징하게 겪으면서 이런게 입덧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입덧은 다시 생각해도 몸서리쳐지는 기억이다. 솔직히 입덧 때문에 다시 임신하기도 겁난다.
내가 겪었던 입덧은 이러했다. 뭘 꺼내려고 냉장고를 열기만 해도 냄새가 역해서 화장실로 가서 변기를 부여잡고 토를 했다. 신혼침대에 남편 옆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하려는 순간 남편한테서 나는 냄새가 역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부리나케 화장실로 가서 토를 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에서 혼자서 이불 펴고 잤다. 신혼이라 침대가 부부침대 하나밖에 없어서 혼자 방바닥에 이불 펴고 잤다. 요리를 한다던지, 음식을 먹는건 생각도 못했다. 식탁에서 음식 냄새만 맡아도 토를 했다. 그래서 남편 혼자 밥 차려놓고 먹곤 했다. 그 당시에 나는 뭘 먹어도 토를 했다. 심지어 물을 마셔도 토를 했다! 토를 하는게 TV 드라마에 나오듯이 밥먹다가 우아하게 ‘욱’ 한번 하는게 아니다.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고 노란 위액이 나오고, 먹은 것도 없는데도 계속 속을 비워낸다. ‘우웩, 우웩, 우웩’이라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진다. 입덧은 아주 조금도 성스럽거나 고상해 보이지 않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먹던 밥맛도 떨어질 정도로 비위가 상한다.
그 와중에 태교를 해보겠다고 피아노를 배우러 피아노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원장선생님이 남자분이셨는데 수업 시간과 수강료 안내를 해 주시면서 자꾸 나에게 커피를 권했다. 임신해서 커피를 못 마신다고 정중히 거절했는데, 계속해서 차를 권했다. 또 토할 것 같아서 안 마시겠다고 했는데 루이보스차라는 외국에서 사온 귀한 차가 있다며, 임산부에게 좋다며 거듭 권했다. 연신 사양했지만 하도 권하셔서 한 입 먹고는 그길로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죽도록 토를 했다. 화장실에서 ‘우웩, 우웩, 우웩!’ 한참동안 내가 토하는 소리가 피아노 학원 전체를 울렸다. 입을 헹구고 나오는데 선생님도 민망하고, 나도 민망했다.
그렇게 임신 초기부터 3개월까지 입덧을 죽도록 하니 삐쩍 말라갔다. 워낙 잘먹는 체질이라 평생을 통통하게 지냈는데, 임신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날씬한 순간이었다. 잘 먹지도 못하고, 비실비실한데, 그 와중에 직장일은 직장일대로 해야 하니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배도 안나오고 이렇게 엄마가 괴로운데 애는 잘 자라고 있으려나 걱정이 되었는데, 걱정이 무색할만큼 아기는 아주 잘 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