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3일째 되던 날이었다. 산부인과에서 퇴원을 했다. 남편이 속싸개로, 겉싸개로 둘둘 싸맨 아기와 눈을 맞추며 금이야 옥이야 하며 조심스럽게 안고 나섰다. 나는 아기 짐이 잔뜩 든 가방을 엉거주춤하게 들고 남편 뒤를 따랐다. 항상 남편과 나, 둘이서만 팔짱 끼고 다녔는데, 이제 우리 식구는 셋이 되었다. 그제서야 아기를 낳은 것이 실감이 났다. 가슴 벅차고 설레는 순간이었다. 세 식구가 된 기념으로 산부인과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제 막 부모가 된 나와 남편은 아기를 서로 안겠다며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까지 했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로 아기를 안지 않겠다며 실랑이 중이다!)
마침 집에 오던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남편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겠다며 열심히 부엌에서 오븐에 뭘 굽고 하면서 부지런히 차려냈다. 그런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이 자그마한 아기가 한시도 쉬지 않고 울어댔다. 초보 부모는 어쩔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남편은 아기가 답답해서 그러나 싶어 속싸개를 풀어줬다. 그랬더니 아기는 온 팔을 휘두르며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어댔다. 팔을 휘두르다가 얼굴 다칠까봐 쩔쩔 매면서 엉성하게 다시 속싸개로 싸 보았다. 속싸개 싸는 법도 몰라서 유튜브를 찾아가며 우왕좌왕하며 겨우 했다. 그래도 아기는 여전히 자지러졌다. 기저귀도 들춰보고, 나오지도 않는 젖도 물려보고, 배고파서 그러나 싶어 급히 분유를 타서 젖병도 물려봤지만 아기는 온 팔을 휘두르며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기만 했다.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기진맥진 했으나 결국 달래지도 못하고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이었다. 남편은 애써 차린 크리스마스 식탁을 망쳤다며 화가 단단히 났다.
내 품에 쏙 안기는 작은 아기 하나가 늘었을 뿐인데, 모든게 엉망이었다. 내 몸은 망가졌고, 할 일은 산더미처럼 늘어났다. 자연분만하고 회음부가 아직 회복이 안되서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했다. 도넛 방석이라는 걸 구해다가 시골 할머니처럼 에구구 소리 내면서 엉거주춤 앉아서 아기 젖을 물렸다. 걸을 때마다 아래쪽이 쓰라려서 처음 일주일간은 기어다니다시피 했다. 그때 남편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너 때문에 내가 아기 낳다가 몸이 이 모양이 됐잖아!” 지나고 보니, 그 순간 사실 화풀이할 대상이 남편밖에 없어서 남편한테 퍼부은 것 뿐이었다. 그리고 자연적인 치유의 힘은 너무나도 신통방통해서 한달쯤 지나면 회음부는 거의 말끔하게 낫고, 제대로 앉거나 걷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때는 첫출산이어서 그저 모든게 충격적이었다. 평생 그 몸 상태로 살아야 하는 줄 알고 좌절했다.
젖먹이는 엄마는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데도 항상 허기가 지는데, 뭘 해먹을 여유는 고사하고, 차려놓은 밥을 먹을 여유조차 없었다. 아기는 품에서 내려놓기만 하면 울었다. 잠이 든 것 같아 내려놓으면 귀신같이 알고 깨서 울었다. 아기는 캥거루처럼 내 품에서 컸다. 내 품 안에서 젖을 먹고, 잠을 잤다. 닭이 달걀을 품듯이 그렇게 아기를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