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한번 마음 먹으면 반드시 해내고 마는 사람이다. 결국 엉덩이 무거운 나를 일으켜 세워 각 방에 모든 가구를 새롭게 배치했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 남편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 이러면서 아내가 호들갑을 떤다. 아내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으리라 결심했지만 결국은 아내가 하자는대로 다 하고 말았다. 항상 이런 식이다.
아이방에 아이들 물건을 다 넣었다. 2층 침대에 놀이텐트, 크고작은 인형에, 자질구레한 장난감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도 제일 큰 방이다 보니 제법 여유가 있다. 볕이 잘들어 따뜻하고, 놀이 공간도 충분하다. 애들은 벌써부터 들어와서 어질러대며 놀고 있다.
내 방은 예전의 아이방. 그러니까 가장 후미진 구석방이다.
"자기는 열이 많으니까 여기가 적합해. 여기가 우리집에서 제일 추운 방이야. 여기서 컴퓨터 맘껏 하고 자고 싶을때 자면 되겠네."
정말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 헷갈리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믿기로 했다.
아내방은 예전의 TV방이다. 중간방이고 커텐이 이중으로 되어있어 우리집에서 가장 따뜻한 방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에게는 제격이다. 아내는 그 방에 자기 짐을 다 가져다 놓았다. 연주용인지 장식용인지 모르겠지만 피아노, 우쿨렐레, 바이올린하고, TV, 작은 책장과 옷장, 서랍장, 이불장까지. "이렇게 보니 예전에 대학생 때 원룸에서 자취할 때랑 똑같다!"며 아내는 연신 감탄하고 있다.
"여기는 이제 내 방이야! 내 방에는 이 칙칙한 커텐을 떼고 내가 좋아하는 노랑색 커텐을 달거야. 맨날 자기가 고집해서 온통 칙칙한 회색 커텐만 달아서 마음에 진짜 안 들었거든. 여기는 내 방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거야."
저렇게 기분 들떠있는 아내의 모습을 참으로 오랜만에 본다. 예전에 연애할 때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는데.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진작에 방을 만들어 줄걸 그랬다.
참, 아내 방, 내 방이 생기고서부터 아내가 부쩍 내방에 자주 놀러온다. 나도 컴퓨터를 하다말고 반갑게 아내를 맞이한다. 아내를 안고 있으니 예전에 한참 연애할 때 자취방에 놀러오던 때처럼 설렌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러다 셋째 오면 진짜 큰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