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처음 왔을때 충격을 많이 받았다. 먼저 우리가 오기전에 시어머니가 집을 월세로 계약을 해주셨는데 도착해서 막상보니 그야말로 허물어져 가는 집이었다. 농담이 아니다. 마룻바닥이 여기저기 깨져서 흙바닥이 보였다. 바닥 밑에 시멘트 공구리도 안친거다. 그 집에서 겨울에도 지냈는데 그 깨진 틈으로 찬기가 오싹하게 올라왔다. 150년쯤 된 집이라고 한다. 그런 집에서 반년넘게 돌도 안된 애기와 네살 여덟살 애들을 키웠다. 춥고 서럽고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재개발앞둔 집이라고 해도 이정도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런 집을 월세로 80만원을 줬다. 내가 한국같으면 누가 돈을 준다해도 그런 집에 안살거라고 했다.
그래서 말도 못하는 내가 애들을 데리고 부동산마다 다니며 집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지금 집을 구하게 되서 이사오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집도 만만찮다. 지금 집도 180년쯤 되었다고 추정하는데 바닥만 안꺼졌다 뿐이지 벽도 깨지고 싱크대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런데 수리를 할려면 한국에서 드는 비용의 열배쯤 드는데다 그마저도 공사기간은 한국의 다섯배는 더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포기. 결국 남편 스스로 하고 있는데 직장일 하면서 애 셋을 끼고 집수리까지 하는게 보통일이 아니다.
프랑스집에는 창문에 모기장이 없어서 온집에 파리가 들끓는다. 에어콘도 없는데 창문도 못열면 여름에 쪄죽을 판이라 창문을 열면 파리가 들어온다. 프랑스사람들은 천장마다 파리끈끈이를 달아놓는다는데 파리시체가 줄줄이 붙어있는게 볼성 사납고 애들이 놀다가 건드릴까봐 신경 쓰인다. 사실 모기장만 달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이므로 남편한테 모기장부터 달아달라고 애원을 했다.
남편이 혼자 모기장을 만들어 단다고 집수리가게에서 모기장 자재까지 한보따리를 사왔다. 이주일쯤 걸려서 혼자 끙끙대며 만들다가 유리창을 와장창 깨먹었다. 방바닥 전체가 유리조각으로 가득 찼고 남편은 반나절동안 대청소를 했다. 결국 유리창은 없고 모기장만 달려있다. 유리창 새로 다는데 몇백만원 넘게 깨지고 설치하는 사람이 몇달후에나 올수 있다고 해서. 그마저도 기약이 없다. 유리창도 남편이 직접 배워서 설치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사람들이 자꾸 헬조선 헬조선 하는데 뭐가 헬인지를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달에 한국에서 친정부모님이 프랑스 우리집에 놀러올 예정인데 걱정이 크다. 창문도 없는집에 도배한지 40년도 더된 벽이 깨진 집에서 딸래미 부부가 살고 있는걸 보면 울 엄마아빠는 엄청 심란해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