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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이 뽑은 날

또 한 뼘 자란다

by 한결

"엄마 이가 흔들려요."


나는 아이가 치과 가서 이를 뽑는 게 좋은데

삭막한 치과의자에 누워 뽑는 것보다 집에서 뽑는 게 좋은지

자꾸 흔들리는 이를 집에서 뽑아달라 조른다.


지난번 처음으로 호기롭게 집에서 이 뽑기 도전한 날,

아이의 이마를 탁 하고 때렸는데

안 빠져서 나도 눈물이 날 뻔했다.


이마를 얼마나 세게 때려야 하는지 몰랐고

턱 하니 빠지는 게 아니니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마음과 몸이 고되고 아팠다.


처음 이야기했을 때는 다른 일을 하면서 두리뭉실 지나갔는데

저녁 잘 때가 되어 흔들리는 이가 불편한지 자꾸 만진다.


"뽑아줄까?" "응!"

그래 뽑아보자!


흔들리는 이에 실을 매고 최대한 세게 한번 쳤다.

첫 공격에 영향은 있었는지 피는 새어 나오는데 이는 빠지지 않는다.


"엄마가 유튜브 한 번만 찾아볼게! ㅠㅠ"

이 묶는 방법을 다시 살펴보고 치실로 이를 다시 꽉 매어 본다.


"아직 뽑는 거 아니지? 문에다 묶어서 확 당기면 어떨까?"

아까 제법 아팠는지 아이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다.


아이고 모르겠다. 이때다 싶어

탁!

"악" 비명소리와 함께 실에 달랑거리며 이가 빠졌다.


속이 시원하다.

멸균거즈를 물고 빠진 이를 살펴보는 아이를 보며 또 하루 자랐구나 싶다.

.

.

다음에는 그냥 치과 가서 뽑으면 안 될까? 엄마는 내 손으로 때리는 것도 피 보는 것도 무섭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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