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산에서 여름 바람 불어올 때면,
집 앞 도로에는 전기톱 소리가 매미 울듯 울려댔다.
열여덟 나는 나무를 사람에 빗대어 보기를 즐겨 했다. 거리의 나무는, 산과 숲 속의 나무와는 달라 보였다. 사각의 틀 속에서 자라나고, 때때로 가지가 잘려 나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가엾어 보였다. 당시 내 눈에는 가로수가 원치 않게 도시로 떠밀려 온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한창 데미안을 읽고 있었고, 알을 깨고 나오는 새와 아프락사스에 심취해 있었다. 잘려나간 가지가 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걸음마다 파직, 소리를 내었다. 나는 산에서 자라는 나무가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여러 계절을 지나, 어느 날엔가 가로수가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버스 안에서 창가 너머 눈부시게 빛나던 밤의 가로수가 눈가를 적셨다. 눈이 부신 탓이었다. 거리의 나무는 거울처럼 나를 비추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어쩌면 가로수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느끼던 순간이었다.
우리는 적당히 잘리고, 이따금 죽거나, 틈틈이 자라났다.
어떤 나무는 흉축하게 가지를 뻗어내면서도 기어코 잎을 키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늘 아래서, 나는 오래 숨을 돌리곤 했다. 무겁게 내리쬐는 빛과 도시의 열기를 피해 나아갈 방향을 살폈다.
뜯어진 옆구리에서 가지가 돋아났다.
나를 지키고 자라나게 한 그늘은 무엇이었나.
그 속에서 나를 오래 들여다보고, 또렷이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나는 다시 그 그늘을 만드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