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힘을 읽고
'믿음의 힘'이 '식물의 힘'으로 드러나다
식물의 힘/스티븐 리츠 짓고/ 수지 보스 다듬고/ 오숙은 옮기다/여문책
‘믿음의 힘’을 ‘녹색의 힘’으로 보여주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리츠는 특수교사인 어머니의 권유로 21살에 사우스 브롱크스 지역에 있는 학교의 특별반 임시교사가 된다. 가장 가난한 선거구로 꼽히는 지역. 마약과 총성이 일상이며, 심지어 주차된 차의 운명을 생각하여 주차할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지역. 쓰레기차마저도 멈출 때 위협을 느끼는 지역.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마저 사치인 지역. 그 자신도 이민가족으로 어렸을 때 잠시 살았으나 그의 부모가 필사적으로 벗어난 곳. 사우스 브롱크스. 부상으로 농구 선수의 꿈을 접고 얼떨결에 교사가 된 20대 초반의 스티븐 리츠는 그곳 사우스 브롱크스에 있는 학교에서 특유의 개방적인 자세와 유쾌함, 그리고 책임감으로 아이들과 교감하며 짧은 기간에 아이들의 성적 향상은 물론 삶에 활력을 심어준다.
사우스 브롱크스에서 2년의 임시교사 생활을 마친 후 친구 따라 간 애리조나에서 특별한 계획 없이 지원한 대학원에서 스탠 주커 교수를 만난다. 스티븐 리츠의 삶을 관통하며 좋아했던 세 단어. 충돌(collisions), 연결(connections), 공동학습(co-learnings)의 세 가지 C에서 스탠 주커 교수와 스티븐 리츠의 충돌(만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충돌이 아니었나 싶다. 출석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던 그가 졸업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기다려준 스탠 주커 교수. 그를 통해 스티븐 리츠는 학생들을 믿고 기회를 주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학생들을 똑같이 존중해주라는 스탠 주커 교수의 격려를 통해 특별반 교사로 거듭난다.
대학원 졸업 후 실습 기간 중 그가 보여준 상호 신뢰 문화의 위대함은 그 뒤로 이어지는 스티븐 리츠의 영화 같은 교육성과의 분량에 비해 턱없이 적은 분량으로 이 책을 채우지만 나의 가슴에 가장 오래 남아있는 부분이다. 20년이 지난 교직생활을 통해 학생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 일지를 고민하다 겨우 얼마 전에야 말로 표현하게 된 나의 주된 신념 ‘믿음’과 ‘존중’을 스티븐 리츠는 실습 중에 이미 깨닫고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 책의 제목은 ‘식물의 힘’이지만 난 ‘믿음의 힘’이라 하고 싶다. 교사 스티븐 리츠는 식물을 재배하여 학생들에게 배움과 삶의 의지를 심어준다. 놀라운 성적 향상을 이루도록 돕는다. 중도 탈락자가 많았던 학생들의 졸업 비율 엄청나게 높인다. 또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지역사회와 공감하며 신선한 먹을거리를 제공하여 지역사회에 싱싱한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식물을 재배하며 수학, 과학, 사회 등 모든 학습과 연결하며 문제해결력을 키워준다. 식물재배를 통해 일거리를 만들어 주고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뉴욕주를 넘어 전미 지역과 전 세계와 연결하며 공동학습의 힘을 식물 재배를 통해 보여준다. 교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국제교사상 최종 후보 10인 중에도 든다. 그런 그의 교육적 성과를 읽어나갈 때도 난 식물의 위대함보다 믿음의 위대함이 보였다.
교생실습을 마칠 때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지키고 있는 교육이론을 채택했다. 내 관점은 복잡한 게 아니다. 이제 더는 가난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아이들이 높은 기대를 가지도록 성장할 수는 있지만 우선은 우리가 그런 기대를 가져야 한다. 낮은 기대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는 없다. 나에게 그건 사랑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아이들을 사랑해야 한다. 스탠 주커가 나에게 기회를 주고 내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존중해주라고 나를 격려했을 때 나는 그 힘을 배웠다. 스탠을 만나고 그에게서 배우고, 그와 함께 일한 경험은 진정한 기회였다. 나는 영원히 그 기회를 나누기로 결심했고 그 결심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를 통해서 나는 교사에게는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걸 배웠다.(p.90)
학생에 대한 믿음과 사랑 없이 교실과 학교, 지역사회에 녹색을 끌어와 심고 가꾼다 한들 성공할 수 있을까? 식물을 가꾸며 이룰 수 있는 많은 교육적 성과인 ‘녹색의 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녹색이 주는 교육적인 힘을 믿기에 숲을 공부하고, 기회만 있다며 아이들에게 최대한 자연과 접할 시간을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녹색의 힘’은 ‘믿음의 힘’없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편견 없이 대하며, 사랑과 존중으로 품어준 스티븐 리츠가 큰 미소를 띠고 말한다. 치즈 모자에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말이다. 씨 쎄 푸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