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라는 단어는 ‘바다’라는 단어만큼이나 낭만적이다.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빛은 얼마나 낭만적이던가. 나는 등대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인천상륙작전에 나오는 팔미도 등대가 떠오른다. 팔미도 등대는 1903년 4월에 준공되었으며, 같은 해 6월 1일 국내에서 처음 점등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등대이다. 이 등대는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한 연합군의 길을 밝혀주는 통로였다. 만약 이 등대가 없었더라면 인천상륙작전이 가능했을까?
등대는 지상에 속한 이들을 위한 게 아니다. 그것은 바다를 넘나드는 이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장치이다. 등대는 위험을 감수하고 어둠 속에서 항해하는 이들에게는 한 줄기 구원의 빛과 같다. 바다 인근에는 암초가 있을 수도 있거나 또 다른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눈이 밝은 뱃사람이라도 어둠 속까지 꿰뚫을 수는 없다. 어두운 바다에서 등대의 한 줄기 빛은 위험함을 알려주는 동시에 사람이 사는 동네가 멀지 않다는 전언이었다. 뱃사람들은 그 빛에서 힘을 얻어 다시 육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그동안 적지 않은 등대를 보아왔다. 대개의 등대는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자주 찾는다. 군산 어청도 등대, 부안 변산반도 등대, 비진도 등대, 울릉도 등대, 제주도 등대도 생각난다. 등대의 대부분은 항해하는 배를 위한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항공기를 위한 항공 등대도 있다고 한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 장기곶에 있는 등대는 우리나라 최고·최대의 근대식 등대이다. 높이는 26.4m로 1903년 12월에 준공한 등대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는 등대를 군사시설로 이용함으로써 등대는 파괴의 운명을 맞이하기도 했다.
특별한 사진 배경을 원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것도 등대이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듬직하게 서 있는 하얀 등대는 매력적이기 그지없다. 배경이 워낙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런 배경 앞에서는 어떤 사진을 찍어도 근사하게 나온다.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신안에서 우연히 찾은 팔금 등대는 좀 이질적이었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가는 내내 길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런 등대를 본 적이 없다. 어청도 등대를 보는 길이 조금 비슷했나. 그동안 다녔던 다른 등대와는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등대는 사진이 잘 나온다는 표지판이 있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지는 모르겠으나 표지판에는 그들을 위한 소개가 있었다. 남도길을 가다 보면 이런 섬 끝까지 오기도 하나 보다. 하기는 등대까지 가는 길은 차보다는 자전거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그래도 등대로 가는 길에서 만난 석양만큼은 넋을 놓기에 충분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지체를 했다가는 좁은 길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된다면 조금 여유 있게 해지는 등대의 여유를 누리고 싶다. 등대 앞에 자리를 잡고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팽팽한 시간의 끈을 놓고 등대 앞에 자리를 잡고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살랑살랑 바닷바람이 부는 바닷가에 누워서 별이 쏟아지는 풍경도 볼 것이다. 그날 나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벌써부터 그런 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