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탐조에서 쇠부엉이를 만나다

by 산들

만경강에 쇠부엉이가 산다. 나는 살면서 실제로 부엉이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도심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부엉이를 본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부엉이는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만 존재했다. 그나마 한 걸음 나아간 게 동남아에서 부를 상징한다는 의미로 파는 부엉이 기념품을 샀을 뿐이었다. 동남아에서는 먹이를 닥치는 대로 물어다가 쌓아 두는 습성이 있는 부엉이를 재물을 상징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부엉이 기념품이 흔하다.


얼마 전 우리 지역의 탐조인인 박형근 선생이 쇠부엉이를 만났다고 밴드에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사진 배경은 밤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진을 보면서 고향이 만경강 근처이며 평소에도 만경강을 자기 집처럼 드나드는 전북의 숨은 고수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처럼 이제 막 탐조에 입문한 나로서는 쇠부엉이를 보는 일이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조차 꾸기 힘들다고만 내심 믿고 있었다.



날씨가 흐린 날, 박 선생께서 아침 금산사행을 제안하셨다. 산새를 보기 위해서 금산사로 가다니,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금산사는 후백제 견훤과의 일화로 유명한 사찰이기도 하다. 미륵전은 국보로 알려져 있으며, 인근이 영험한 신령스러운 땅으로도 유명하다. 걷다 보니 뜻하지 않았던 눈발이 내린다. 매서운 바람을 동반한 폭설이 아니라 푸근한 느낌을 주는 눈이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눈이 귀해서인지 새해 선물처럼 날리는 눈발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 조상들은 눈이 풍성하게 내려면 풍년이 든다고 기뻐했다. 눈이 많이 내리면 농사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농사를 망치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으니 한겨울에 내리는 눈은 사람들의 목숨줄과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발이 날리면 심란해하는 대신에 반겨하고 감사했다.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청도요


사람들이 사랑하는 노랑턱멧새

움직임이 산뜻한 동고비

울음이 특이한 직박구리

눈발을 나는 쇠백로의 힘찬 날갯짓


눈발이 날리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이런 날에는 시간이 더디 간다. 게다가 눈발이 하늘하늘 허공을 가르는 날이라면 더 그렇다. 이때는 빨리 걷는 것보다 천천히 주변에 눈길을 더 주면서 걷게 된다. 오늘 금산사 인근에서 본 새만 해도 청도요, 곤줄박이, 직박구리, 동고비, 쇠백로 등이었다. 여기에 금평저수지에서는 원앙, 흰뺨검둥오리, 청머리오리까지 보는 호사를 누렸다.

눈 내리는 날에 우연히 떠난 탐조치고는 준수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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