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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r 18. 2024

사진 후보정이 만들어낸 기적

우쓰라님의 사진 후보정 강의를 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강의를 들었지만 2시간 내내 사람을 웃고 울리며 몰입하게 하는 강의는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사진 이야기라면 더 그렇다.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집이 센 편이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일단 한수 접고 본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도 사진 경력이 몇 년이야!’ ‘그동안 내가 산 장비가 얼마인데’라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품는다. 좋은 말로는 자신만의 정체성이자 개성일 수 있지만 상대하기가 녹록지 않은 게 사진 하는 이들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진을 찍고 난 다음 100%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때로는 사진 출사에서 찍은 사진 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이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인화 전까지는 알 수 없기에 마치 보물찾기 하는 심정이었다. 온갖 포즈를 다 해서 찍었더니 필름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아득한 과거가 되어버렸다.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날씨가 안 좋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노출을 잘못 맞추거나 ISO, 또는 장비의 결함 등 다양하다. 예전에는 이런 사진을 만나면 그냥 지우거나 한 곳에 방치해 두었다. 그런데 우쓰라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런 사진들이 어둠 속에서 부활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동안 여러 포토샵 강의를 들었지만  웬일인지 나하고는 맞지 않는지 자꾸 터덕거렸다. 레이어를 손보면 다른 화면이 또 말썽이었다. 손에 익지 않는다는 말이 맞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버튼 한 번 잘못 누르면 화면이 사라지고 엉뚱한 결과물만 놓였다. 결과물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우쓰라님의 보정에 대한 교육을 두세 차례 들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카페에 공지가 떴을 때 이번에는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1년에 한 번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그런 공지는 내 전투의지를 더욱 불타게 했다.


터미널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 가방을 챙기는 순간 그때 알았다.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버스 예매 시간은 가까워 오는데 방법이 없었다. 부랴부랴 버스를 취소하고 다시 집에 가서 노트북을 가져와야 했다. 


한숨이 절로 났다. 그렇다면 점심은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점심이 대수냐. 노트북을 챙기고 오는 게 더 급하니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이론을 듣는 것도 좋지만 실습이 내게는 더 필요하니 달리 선택의 방법이 없다. 1시간 후, 다음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거쳐 삼일빌딩으로 갔다. 작년에 사진작가 강의가 있을 때 한 번 갔던 장소이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열기가 대단했다. 빈자리를 찾고 앉고 나니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보정을 배우는 이유는 보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번 들어도 마음에 드는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실수를 한다. 나 역시 얼마 전에 큰 실수를 했다. 하지만 회복할 기회가 있었다. 어쩌면 사진 보정도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서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인생 역전처럼 사진 보정도 죽은 사진을 살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강의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쓰라님의 책은 언제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이 빨리 세상에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봐야 할 텐데 말이다. 예전에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했던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빛과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진짜 그림 속 인물과 그녀는 많이 닮아 있었는데, 그게 빛 이야기와 통할 줄이야.


RAW파일을 몇 번 설치한 적이 있었지만 나로서는 쉽지 않았다. 어마어마하게 용량이 늘어나는 것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RAW 파일이 날 것이라면 JPG 파일은 완성된 요리라는 말은 몇 번 들어도 어색하지가 않다. 그에 따르면 나는 인스턴트 식품에 중독된 셈이다. 날것의 싱싱함과 신선한 재료를 잊은 채 눈앞의 편리함에 따른 결과이다. 


생소한 단어들은 여전했다. ACR도 그렇다. 그리고 예전에 들었던 Ctral+J(레이어 복제) 이후의 과정은 일련의 과정은 복습의 느낌이었다. 사진 교정 전과 후의 달라진 모습은 눈을 의심케 한다. 볼 때마다 신기하다. 


                                                      우쓰라님의 실습 예제


역시 2시간 가지고는 부족한 분량이다. 마지막 강의는 강조하기 네 가지 방식이었다. 직접 사진의 예를 들어서 해주니 한눈에 들어왔다. 하늘 강조, 지면 강조, 하하 조합, 특수효과를 위한 강조, 이들 모두를 다 익히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개념이 잡히니 조금은 나은 느낌이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실습을 하니 따라 할 만하다. 


방을 나가면서 잊어버린다는 이야기가 농담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후보정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은 포토샵이 익숙하지 않지만 내게 2시간의 강의는 2배, 3배로 효과로 다가왔다. 


그렇게 2시간 강의가 끝났다. 나는 다른 세상에 잠시 머물렀다. 돌아온 느낌이었다. 우리 곁에 우쓰라라는 인물이 있어서 얼마나 큰 혜택인가. 지금이 있기까지 그 역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실수와 고생을 했겠는가. 그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그 혜택을 보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게 얼마나 큰 수혜를 베풀 수 있는가를 나는 우쓰라님을 보면서 늘 느낀다.


                                                       내 사진에 적용해 본 결과


내 사진 인생에서 그를 만난 것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자 행운이다. 내가 도합 왕복 8시간에 달하는 거리를 무리해서라도 강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축적되면 그와 비슷한 흉내라도 낼 것이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막연한 기대를 오늘도 또 해본다.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냄새가 난다고 한다. 우쓰라라는 멋진 인물과 출사를 다니다 보면 나도 조금은 사진 보는 눈도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그게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 사진을 대하는 나의 자세이자 나의 진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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