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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10. 2024

당신 글에는 이게 빠져 있어!

-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

        

오늘도 아내의 말은 뼈아프다. 바로 내 글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신 글에는 이것이 빠져 있어. 삶 이야기!     


나는 처음 이 말을 듣고 진짜 뼈 아픈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한 아내는 글에 대해서는 빈말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아내의 칭찬에 목마르지만 아내는 비교적 냉정한 편이다. 그렇다면 이번도 진심일 가능성이 크다. 평소에서 내 브런치 글을 읽었으니 늘 했던 생각이겠지만 오늘 그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 글은 내 삶에서 나왔으니 아예 틀린 말이 아니고, 아내가 말하는 삶의 이야기라는 게 그만큼 진정성이나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또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억울하기도 하다. 나는 매 순간 치열한 글쓰기를 해왔다고 자부했던 터였다. 



아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글에 사골 국물 같은 진함이 없다는 것이다. 진짜배기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면 속이 훈훈해지면서 몸 전체에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간다면 감동에도 이를 수 있을 텐데 당신 글은 그런 게 없어 아쉽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나로서는 결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글을 써왔지만 아내가 던진 이 말은 내게 화두로 다가왔다. 그동안의 글쓰기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30년 넘게 글을 써왔고 등단작가로 활동해왔으며 그동안 내가 쓴 글이 얼마인데 그런 말을 하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상도 받고 추천 우수도서로 뽑히고, 공모전에서도 선정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느 정도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지 않았는가 하는 후회도 들었다. 나는 내 이야기를 쓴다고 했지만 그 너머에는 이 글을 읽는 이들이 나를 이런 식으로 판단했으면 하는 여지가 자리 잡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이면에는 시인이자 학자로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약간의 허세와 자만감도 남아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연히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최근에 한 적이 있다. 



며칠 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막바지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찬송가도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마침 지휘자님이 눈에 들어왔다. 급히 지휘자님께 도움을 요청했더니 목사님께 부탁드렸나 보다. 지휘자님이 내 곁에서 붙잡아 주시고 목사님께서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주시는 데 지난날의 내 삶이 스쳐 지나갔다.      

아, 말로만 당신께 맡긴다고 하며 살았구나. 온전해 맡기지 못하고 말로만.      

기도를 받고 나니 마음은 한결 평안해졌지만 교회를 나오면서 강한 찔림이 있었다. 흔히 말만 앞선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나는 열심히 살았다고 하지만 내가 살아온 인생도 그러지 않았을까? 말만 번지르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에 그 밑천이 보인다. 지금 나는 어느 쪽에 서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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