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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21. 2024

점점 설자리가 좁아진다

간만에 환경작가 동기가 책이 나왔다며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교원대 환경교육과를 나온 동기는 현재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다. 3년 동안 고민한 결과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으니 얼마나 벅찰까 싶었다. 어느 날 모임에서 경기도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      


글쎄 경기도에서 환경교육을 전공한 이가 초등에 1명, 중학교에 1명, 고등학교에 1명이 근무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환경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급증하였고, 이전에는 부수적인 형태로 다루어졌다는 점을 알기는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그 3명이 학교 현장에서 필요로 할 때마다 돌아가며 불려 다닌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학교 업무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혹사당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 또한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너도나도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들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무관심하다. 재생에네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신안 등지에서 우후죽순처럼 세워지는 태양광 시설의 후유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국정을 책임지는 모씨도 RE100이 뭐지요? 라고 묻지 않았던가? 하기는 나 역시 그 토론 이전에는 그게 무슨 단어인 줄 몰랐다.   


   

말로만 세상이 바꿔지지는 않는다고 말을 하면서도 정작 우리 자신은 변하지 않는 일이 많다. 세상은 챗GPT를 비롯하여 미드저니, 수노 AI 등 첨단기술을 앞세워 시시각각으로 달리지고 있다. 챗GPT만 하더라도 초기에는 어설프더니 이제는 4o 버전까지 니오는 형편이다. 점점 더 대응이 힘들어지고 설자리가 좁아지는 느낌이다. 챗GPT가 나온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이 정도인데 앞으로는 얼마나 달라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따라 가느라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나는 여전히 예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미술 분야의 발전 속도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언어 쪽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음악 분야에서는 작곡가 김형식의 탄식처럼 인공지능이 만든 곡이 1등을 하기도 했지 않은가. 그렇다면 문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미드저니로그린 그림 



바둑으로는 신의 경지라는 9단에 오른 이세돌이 인공지능과 바둑을 둔다고 했을 때, 인간이 질 것이라고 예상을 한 이는 많지 않았다. 내심 인간이 기계에게 지지 않기를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에는 이세돌을 패배자로서의 이미지보다는 인간으로서 유일하게 인공지능 알파고를 이긴 인물로 소개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없어질 10대 직업군 중에 교사도 포함된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교사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들에 의해 불확실한 미래로 나가리라. 나로서는 그 소중한 자리를 기계가 담당한다는 사실이 기분 좋지는 않다.      


경기도에 환경교육을 전담하는, 엄밀히 말하면 전공한, 교사가 3명뿐이라는 사실은 나에게는 여전히 충격적이다.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환경교육을 필수적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교사들이 우리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나만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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