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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23. 2024

새는 우는가? 노래하는가?


임실 성수산에서 에코샵 홀씨의 양경모 대표가 진행하는 새소리 강좌를 들었다. 지금 양대표는 경기도 양평 정배리에 11년째 살면서 화끈한 ‘정배리 일기’를 연재 중이다. 나는 이전에 페이스 북에 올려진 글을 읽을 때는 정배리가 인적이 드문 강원도 숲과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 보니 인근에 100여 호가 사는 마을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만약 책이 나온다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 못지않은 대단한 작품이리라 믿고 있다.     


오늘 강의를 들으면서 텃새의 새소리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가 3월 중순부터 4월 초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대충 봄에 짝짓기를 위해 새들이 운다는 사실을 알기는 했지만 정확한 시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 산출 방법을 듣고 보니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계산 방법은 이렇다. 4월 말 정도에 새끼들이 알에서 부화하여 5월 10일경에 이소(새들이 둥지를 떠나 이사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다)했다고 치자.      


텃새인 박새나 딱새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소 전까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며 키우는 육추과정이 대략 2주 정도이다. 부엉이는 3주 정도 잡아야 한다. 알을 부화하는 시기 역시 2주를 잡아야 한다. 4월 초에 알을 하루에 하나씩 낳았을 테고, 알을 낳기 전에 둥지를 지어야 하며, 둥지를 짓기 전 암수가 자리를 물색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대략 일주일 이상이 필요하다. 그전에 짝짓기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역으로 계산을 해보면 새들이 가장 많이 우는 시기는 3월 중순이 된다는 것이다. 역시 현장 전문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내용이라 그런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강의를 듣는 내내 한편으로 아쉬움도 컸다. 이런 강의를 왜 어린 시절에 듣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식물이나 나비, 그리고 곤충과 새를 공부하면서 늘 가졌던 생각이기도 했다. 하기는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곤충이나 새에 관심을 가진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며 살았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이만큼 알게 된 게 어디냐 싶다.     


어느 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산다는 일이 쉽지 않다. 말로는 10,000시간의 법칙이니 10년간 한 우물을 파면 전문가로 인정을 해준다고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그 분야의 전문가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또 공부할 게 생긴다. 이전에는 묵묵하게 한길만 걷는 이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세상은 도전과 대응을 원하고 있다. 


오늘도 새로운 꿈을 꾸는 당신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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