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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26. 2024

참 고맙고 고마운 일

사진작가이자 음악가로 사시는 이 선생님께서 이번 주 토요일에 아는 지인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있으니 올 수 있느냐고 하셨다. 마침 특별한 일이 없어서 나는 가겠다고 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시낭송이었다. 대략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마을 입구부터 화사한 꽃이 반겨주는 참 아름다운 느낌의 동네였다. 



세컨드 하우스 주인장의 간단한 소개와 인사가 이어졌다. 알고 보니 그 마을은 오지 중의 오지로 유명했던 곳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차가 드나드는 길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몇 분의 마을 주민들이 음식을 마련하고 부산히 고기를 구웠다. 마치 한 폭의 풍경 같이 정겨운 모습이었다. 



몇 편의 노래가 불려졌고 전주에서 활동한다는 통기타 가수의 노래도 이어졌다. 기타와 첼로가 만들어내는 화음이 집을 가득 채웠다. 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살짝 걱정이 들었다. 가수가 앞에서 애절한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도 내 옆자리에서는 계속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준비한 시집에서 한 편, 그리고 나머지는 즉흥시를 하기로 했다. 우선 나는 예전에 내가 썼던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라는 시집에 수록한 <포지타노의 저녁>이라는 시를 읽었다. 마침 시간대가 그 시의 배경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어 나는 집주인을 위한 시를 읊었다. 시를 써서 읽을까 하는 생각도 하였으나 밤이었고 그냥 분위기에 따라 시야 써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어 이 선생이 마을 이름인 ‘안덕마을’을 이야기했고, 마을 주민 한 명이 자신이 살았던 동네 이야기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다른 주민이 방문한 자기 친구를 위한 시를 부탁했다. 다행히 시를 쓸 때 막히지 않고 무난하게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내 차례가 끝났다. 다행히도 내가 우려했던 일은 생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놀랍도록 집중했으며 시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응원의 박수를 뜨겁게 쳐주었다. 그동안 수십 차례 공식적인 자리에서 시를 읊었으나 이번처럼 특별한 경험을 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시를 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시간이 늦었기에 먼저 나서기 위해 나오는 데 몇 분이 찾아주어 고맙다며 90도로 몇 번이고 인사를 하는데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돌아오는 내내 그분들의 진심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아직도 시가 이런 환영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찍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면 준비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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