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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ul 07. 2024

꼬명이를 키우며


아는 분이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를 몇 마리 주셨다. 

꼬명이는 꼬리명주나비의 애칭이다. 꼬리명주나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비는 아니다. 우선 그 모양이 다른 나비와 달리 독특하다. 특히 꼬리 모양이 아주 매혹적으로 생겼다. 처음 본 사람이라면 시선이 꼬리부분으로 향할 것이다.  이 이름을 붙인 이는 나비박사로 유명한 석주명 선생이었다. 일본명으로는 ホソオチョウ(細尾蝶)라 하며, 꼬리명주나비는 꼬리에 명주실과 같은 긴 꼬리를 갖고 있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나비는 날개에 가늘고 긴 꼬리모양의 미상돌기를 지니고 있다.   



꼬리명주나비는 암수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보다 정확히는 암수 색에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애벌레 시기에는 암수를 알 수 없다. 언뜻 보면 꼬리명주나비는 다른 나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색깔이 완연히 다르기 때문에 예전에는 각기 다르다고 취급했을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은근히 많다. 우리가 아는 원앙만 해도 그렇다. 원앙은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이다. 흔히 잉꼬부부를 지칭할 때 원앙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수컷과 암컷의 모양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수컷을 원으로, 암컷을 앙으로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새였다는 것이다. 이후 지금처럼 원앙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꼬리명주나비 암컷                                                                             꼬리명주나비 수컷



대개의 나비는 암수가 모양이 비슷한데, 꼬리명주나비는 확연히 다르다. 사진으로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꼬리명주나비라는 이름도 예쁘다. 나비의 경우, 모양이 이름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굴뚝나비나 산굴뚝나비는 날개에 굴뚝 연기와 비슷한 무늬를 지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중 산굴뚝나비는 제주도 한라산에 살면서 우리나라 나비 중 유일하게 천연기념물인 나비이다. 조릿대의 습격으로 지금은 1,700m 고지에서나 볼 수 있는 이 나비는 석주명 선생이 색이 더 진하다고 해서 산굴뚝나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아무튼 그렇게 꼬명이는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흔히 아이들일수록 곤충에 관심이 많은 경우가 있다. 비록 곤충을 싫어하는 아이라 할지라도 꼬명이를 보면 귀엽다고 느낄 만큼 몸놀림이 활발하다. 이 나비의 먹이식물(기주식물)은 쥐방울덩굴이다. 성체가 된 꼬리명주나비는 쥐방울덩굴에 알을 낳는다. 쥐방울덩굴에는 꼬리명주나비만이 아니라 사향제비나비도 찾아든다. 이 외에도 왕나비는 박주가리,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 호랑나비는 산초나무, 탱자나무, 청띠제비나비는 후박나무, 붉은점모시나비는 기린초를 좋아한다. 그런데 도심에서 이 쥐방울덩굴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지역에 있는 생태관도 꼬리명주나비를 키우기 위해 쥐방울덩굴을 구해 심었다.      


아내 말로는 이 꼬명이를 만난 아이들이 편지를 썼다고 한다.      


잘 있다가 예쁜 나비로 되어줘

기다릴게. 꼬명아!     


아마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수시로 애벌레가 싼 똥을 치워주고 부지런히 먹이를 주면서 정성을 기울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꼬명이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두 군데 나눠 키웠는데 모두 같은 증상이었다. 아차 싶었다. 혹시 번데기를 만드는 중일까 생각했으나 번데기라기에는 너무 작았다. 이전에도 꼬명이를 키워보기는 했지만 어찌된 셈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 꼬명이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늘 곁에서 보던 꼬명이들이 보이지 않자 궁금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한 명만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던데, 이후 다른 아이들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덜컥 걱정이 되었다. 만약 죽었다고 하면 아이들은 얼마나 슬프겠는가. 당장 꼬명이를 다시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생태관에도 갔지만 쥐방울덩굴만 있지 꼬리명주나비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애벌레가 있다면 덩굴을 먹은 흔적(식흔)이 있어야 하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장수에 사는 지인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꼬명이 몇 마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금도 쥐방울덩굴을 오르내리며 활발하게 움직인다. 아마도 다음 주에는 번데기가 될 것이다. 보통 꼬리명주나비는 번데기가 된 후 10일 전후로 나비로 변한다. 아이들이 꼬명이를 통해 좀 더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때 나는 나비를 키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야생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상태에서 알에서 부화하여 성체인 나비로 살아남을 확률이 4%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꼬리명주나비는 한번에 20~40개의 알을 낳으며, 300여 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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