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에 다녀왔다. 영하의 산 공기는 매섭고 날카로웠다. 숨을 깊이 들이쉴 때마다 쩌릿쩌릿한 기운이 온몸 가득 전해졌다. 대둔산은 여러 번 올랐지만 겨울은 처음이었다. 다른 계절에서는 맛볼 수 없던 장대함이 느껴졌다. 혹시나 해서 아이젠까지 챙겼지만 정작 쓸 일은 없었다. 산 정상 부근에 눈이 쌓여 있기는 했으나 그 양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락폭포 근처에는 여전히 물이 있었으나 계곡 바닥은 하얗게 드러나 있었다. 요 몇 해 중 이렇게 눈이 적었던 겨울은 드물었다. 이대로라면 봄 가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상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마실 물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눈이 많이 내려야 풍년이라는 데 이렇게 눈이 안 오니 농사도 걱정이다.
요즘 세상은 AI에 흠뻑 빠져 있다. 하루가 아니라 분 단위로 새것이 쏟아지는 세상이 왔다. 다들 신세계라고 하지만 재해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작아진다. 최첨단 기술과 자연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도 산 어딘가에는 한기를 피해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봄을 기다리는 야생화들이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겨울바람이 차고 매섭더라도 살랑이는 봄바람을 막을 수는 없다.
올해 1월 한국인들의 오픈 AI의 챗GPT를 사용한 시간이 30억 분을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추세이다. 이 정도 수치면 아마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사용빈도를 자랑할 것이다. 사용자 또한 어느새 2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만큼 GPT를 비롯한 다양한 AI툴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어디 AI만 그런가. 한국인의 유튜브 사랑은 유별나다. 사람들은 틈이 날 때마다 유튜브를 본다. 길거리, 버스, 심지어 병실까지도 유튜브가 점령하고 있다. 중장년과 노년층은 시니어 사연 채널을 틀어 놓고 라디오처럼 듣기도 한다.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소재가 돈이 되고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세상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럴수록 자연 쪽으로 몸을 조금 더 옮겨야 한다고.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새로 나온 기술에 찬탄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식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한때 메모리가 매년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이 유명했다. 하지만 요즘은 주 단위, 일 단위로 새로운 AI 프로그램이 나온다. 프롬프트 한 줄만으로도 고퀄리티의 동영상이 가능하고 딸깍 하면 근사한 장면이 연출된다. 몇 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아찔할 지경이다.
가끔 정신없이 살다온 날은 이런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AI를 하거나 유튜브를 보고 난 후에 마음이 편안해진 적이 있는가. 넘쳐나는 정보를 꺼도 마음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화면 밖의 시간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 시간이 머무는 곳이 산이다.
지금 잎들은 앙상하고 산은 메말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 잎이 나오고 온 산이 푸르름으로 물들 것이다. 자연이 해마다 거스르지 않고 해 오던 일이다. 올해는 더 많이 산에 가야겠다. 자연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연습을 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