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카파도키아 그 이후

by 산들

파묵칼레, 히에라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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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아름답다는 파묵칼레(Pamukkale)는 로마시대부터 휴양도시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목화의 성이라는 이름의 파묵칼레는 말 그대로 눈이 쌓인 듯한 하얀 모습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만하다. 눈부신 햇빛 아래에 부서지는 파묵칼레는 보고 있으면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해서 다른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장관이다. 이곳을 찾은 이라면 석회수가 흐르는 웅덩이에 느긋하게 몸을 잠그거나 발을 담그며 즐거워한다. 풍부한 광물질을 머금은 물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고 너도나도 몸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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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수가 수천 년 동안 흐르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대한 석회 언덕이 생겼다는 것이다. 파묵칼레 근처에는 로마 황제를 비롯하여 클레오파트라까지 애용했다는 온천이 있다. 여기 물은 산화탄천을 함유하고 있어서 신경통에 좋다고 전한다. 수천 년 동안 이곳이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은 이유가 있다. 겨울에 파묵칼레를 갔던 집사람은 추워서 물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하던데 다행히 우리가 갔던 날은 날씨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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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구가 8만에 달했다는 에페소의 압권은 셀수스 도서관과 25,0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는 원형경기장이다. 비교적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이곳은 당대 얼마나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었는가를 알려준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보면서 사람들은 신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했으리라. 지금 공연장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위용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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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꿈꾸는 사람을 위한 트로이

아마 어렸을 적, 한번쯤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지 않았을까 싶다. 트로이는 그 정점에 있는 도시이다.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트로이의 목마’로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호메로서의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트로이는 브래드 피트가 아킬레스 역으로 나왔던 <트로이>의 실제 배경이기도 하다. 고고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하인리히 슐레이만은 어린 시절 트로이 이야기를 들은 이후, 재산을 모으고 본격적인 트로이 발굴에 들어갔다. 트로이가 있으리라 생각되는 땅을 파내려가는 게 전부였다. 그동안 모았던 재산을 탕진하다시피 해서 포기하고 싶을 무렵 기적처럼 트로이를 만났다. 그 결과, 우리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신화의 한 끝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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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에 가기 전까지는 트로이를 하나의 성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트로이 발굴현장에 가보니 트로이가 9개의 서로 다른 시기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진, 화재, 전쟁 등의 이유로 사라져버린 도시 위에 도시를 짓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 남아 있는 흔적만으로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화려함이나 그 명성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대신 지금은 트로이의 목마 모형만이 남아 있다. 신화 속에서는 그리스 군이 거짓으로 후퇴하면서 남겨놓은 전리품이었던 트로이의 목마를 두고 갈등을 겪었던 당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트로이는 결국 목마 때문에 멸망한다. 아마도 후대에 상상으로 재현한 목마겠지만 한 왕국의 멸망을 이끈 재앙의 산물이라는 점은 씁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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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야경 투어!

여행은 막바지로 향한다. 이제 짧고도 길었던 터키와의 이별이 다가온다. 드디어 마지막 밤에 떠난 이스탄불 야경 투어. 이스탄불의 명물이라는 고등어 캐밥, 유럽과 아시아를 한눈에 아우르며 즐겼던 유람선 투어까지 밤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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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포러스 해협이여 지난날의 영광이여!수많은 단어들로 네 이름을 기억해보지만나는 네게 다가설 수 없다영웅들, 탐험가들, 모험가들 이름없이 스러져간 영혼들까지 한때는 누군가에게 빛나는 별이었음을,이 밤,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을 누군가에게들려주고 싶다. 아직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고,그래서 더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고,하고픈 말과 해야 할 말의 경계를 넘어서면서 네가 들려준 수많은 이야기들그 눈빛을 가슴 한켠에 묻어 두고나 이제 길을 떠나려한다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너는 네 푸른 눈동자와뜨거운 입술을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묻겠지 하지만 그때는 아시아의 밤이,유럽의 태양이 너무 뜨거웠노라고 나는 다만 그 곁을 지나갔을 뿐이라 이야기하리라 설령 후회할지라도오늘 후회가 마지막이 될지라도 나는 오늘은 네게 하고픈 말은 다하지 않으리라 저 푸른 바다 밑에 하고픈 이야기를 숨겨 두고너와 나, 둘만의 비밀로 삼으리라 그것이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마침내 헤어져야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처럼,

- <터키, 이스탄불, 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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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버거웠던 시간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바쁘기만 했던 일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내게 이번 여행은 커피 한 잔의 여유처럼 달콤하고 즐거웠다. 항상 낯설게만 느꼈던 터키라는 나라에서 잠시나마 그들 속으로 들어가 본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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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심에서 빼곡한 사람들을 훔쳐 보듯 지나가는 트램을 타고, 바자르에서 아는 이들을 떠올리며 선물을 사고, 와인을 곁들인 맛깔나는 유람선 투어까지. 자유시간 끝에 만난 이들은 손에 전리품을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은 유쾌하고 평화로웠다. 아시아와 유럽의 바다를 넘나들면서 우리는 그때 그곳에 있었다.

해협은 잔잔했고 바람은 풍요로웠으며 그 순간 우리 모두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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