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눈길
하얀 눈이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면서
가만히 멈춰서 눈길을 떨치지 않는다면
어디서부터인가 세상이 한결같이 변하는 것 같다
작은 눈결에도 모든 것이 바뀌는 것 같아
거리 위에 쌓인 눈들이 세상을 덮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창밖으로 내다보면 멀리 떠 있는 산도
하얀 산을 닮은 듯 보여서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아
하얀 눈이 내리면 나도 어느새 아이가 된 것 같아
그저 내려앉아 있는 곳에 몸을 던져
하얀 눈을 놀이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지만 눈은 강한 추위와 함께하는 건
때론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도 함께 끌어안아
그렇게 눈길에 빠진 세상도 참 아름다운데
그리고 나는 눈길에 빠져서
가끔씩은 멈춰서 기억하곤 해
내가 살고 있는 세상도 언젠가는 눈길과 함께 바뀌어 갈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