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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시월 Aug 31. 2016

떠나간 시간

영화 화양연화



'화양연화'를 보다 날이 밝았다.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서 케이블 TV 무료 영화를 건성으로 넘기다 '화양연화'를 발견한 것이다.

 양조위와 장만옥은 여전히 멋있었다. 양조위의 아내와 장만옥의 남편은 어디서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됐을까? 난 복도에서라고 믿는다. 홍콩 어느 셋방에서 좁은 복도를 지나며 서로를 위해 길을 비켜줄 때 체취를 맡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다.


 한 생명이 사라질 때 우리에게 남는 것도 그 체취가 아닐까 한다. 나와 다른 존재가 나와 마주하고 있다는 걸 가장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게 냄새이니까.


 인공지능은 한 생명을 데이터로 재구성해내겠지만 우리가 떠나간 시간을 재구성해낼 때 쓰는 건, 순간순간의 햇빛과 냄새, 온도 같은 것들이다. 그건 오롯이 혼자 느끼는 것이어서 서로 공유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좋은 순간은 함께 하고 있었다고 믿고 싶지만 확인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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