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양연화
'화양연화'를 보다 날이 밝았다.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서 케이블 TV 무료 영화를 건성으로 넘기다 '화양연화'를 발견한 것이다.
양조위와 장만옥은 여전히 멋있었다. 양조위의 아내와 장만옥의 남편은 어디서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됐을까? 난 복도에서라고 믿는다. 홍콩 어느 셋방에서 좁은 복도를 지나며 서로를 위해 길을 비켜줄 때 체취를 맡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다.
한 생명이 사라질 때 우리에게 남는 것도 그 체취가 아닐까 한다. 나와 다른 존재가 나와 마주하고 있다는 걸 가장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게 냄새이니까.
인공지능은 한 생명을 데이터로 재구성해내겠지만 우리가 떠나간 시간을 재구성해낼 때 쓰는 건, 순간순간의 햇빛과 냄새, 온도 같은 것들이다. 그건 오롯이 혼자 느끼는 것이어서 서로 공유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좋은 순간은 함께 하고 있었다고 믿고 싶지만 확인하기는 어렵다.